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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부 관련

2019.09.03 00:31

AAAA 조회 수:43

본가와 분가의 관계 등


 부정하고 싶었다

 그러나 동시에 마술사로서 싸늘한 부분이 그에게 호소하고 있었다.

 충분히 있을 법한 일이라고. 마술의 발전을 위해 필요하다면 분가로부터 다짜고짜 비보와 인재를 빼앗는 것 정도는 일상다반사. 저항할 성싶으면 혈족까지 짓밟는 일도 마술사의 역사에선 드문일이 아니다. 파벌에 속한다는 건, 비호를 받는다는 이익과 함께 그런 불이익도 같이 받는 격이었다.

 아니지.

 '혹시... ... 황금희를 죽인 것도... ... .'

 처절한 가능성이 바이런 경의 머리를 스쳤다.

 결코 부정할 수는 없었다. 마술사인 이상, 아무리 호감을 품는 상대든 간에 결코 신용은 할 수 없다. 거기 있는 존재는 마술을 위해 모든 것을 팔아넘긴 괴물이며, 만약 걸림돌이 된다면 상대가 육친이건 아니건 태연히 잡아 찢는 방향성(vector)이었다.

 아니라면 누가 마술사 같은 게 되겟는가.

 "... ...맞아."

 그는 톱니바퀴가 비명을 지르는 듯한 소리로 수긍했다.

 "... ... 이노라이 님이라면 벼락출세한 치들도 받아들일지도 모르지. 시계탑의 민주주의란 그런 법 아닌가. 기세를 탔다면 마땅히 인정받아야 하고, 마술사라고 해도 새로운 변화는 받아들여야 한다고 떠들지도 모르지."

 복도를 거닐면서 신음한 음성에는 털어내기 어려운 혐오가 숨어있었다.

 이젤마 또한 시계탑에서 민주주의―― 혈통에 따르지 않고 우수한 인재는 등용해야 한다는 파벌에 속해 있기는 하다. 하지만 그 전부를 받아들이지는 않았다. 마술사의 본능은 결국 과거에 매진하는 법. 축적된 혈통이야말로 중요하다고, 그 본능이 호소한다.

-사건부 3권中-


 

플랫의 속성


 소년의 마술은 특수했다.

 속성도 희귀한 공(空) 속성일뿐더러, 다루는 기술도 이단으로 정평이 났다. 세계 각지의 마술의 좋은 점만 집어먹는건 현대마술에서는 혼돈 마술이라며 분류되지만, 로드 엘멜로이 2세의 입으로는 "저딴 건 잡탕 마술이다."라고 평가받으며 본인 또한 "교수님이 내 마술에 이름 지어줬어!" 하고 좋아서 주위에다 신나게 선전하는 판국이었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그런 술식은 작동하지 않는다.

 실제로 혼돈 마술의 기반은 극히 허약한 것이다. 쓸 수 있는 마술의 배리에이션은 기껏해야 뻔하고, 좋은 점만 집어먹는다는 말에 떠오를 만한 만능성은 커녕 정상적인 술식의 성립조차 어렵다. 그런데도 『왠지 그게 작동하고 만다』는 점에서 플랫 에스카르도스는 틀림없이 이단아였다.

 특히나 타인의 마술에 간섭하는 분야에서 플랫은 기이한 재능을 드러내고 있었다.

-사건부 3권중-


 

그레이의 신체변모


 "소제의 집안은... ... 이 상자의 내용물을 쓸 수 있는 인간을 만들고 있었어요."

 그렇다. 같은 점은 그 부분이다.

 무엇을 위해서 태어났는지, 처음부터 결정되어 있기 때문이다. 아름다워지기 위해서 태어난 황금희와 백은희처럼, 나는 그런 형상이 되는 게 결정되어 있었다. 그리고 누구보다도 성.공.해. 버.렸.다.

 "옛날, 이 상자의 내용물을 자유자재로 다루던 진짜 임자를 본떠서... ... 내내 많은 인간을 만들어 왔어요... ... ."

 예를 들면 그것은, 궁극의 미를 만들어 내고자 하던 마술사의 집안처럼.

 옛 임자와 똑 닯은―― 얼굴만이 아니라, 사지와 근육구조, 종국에는 내장과 혈관마저도 모조리 모방한 인간을 만들어 낸다면 상자에 숨겨진 보구(寶具)를 사용할 수 있게 될거라고, 우리 집안은 믿은 것이다. 물론 그 영웅은 현대에선 유실된 많은 신비적 인자를 가지고 있었다니까 완전한 모방이 가능할 리 없다. 하지만 인간 부분만이라도 모방해 내면 모종의 광명이 있을 거라고, 내 선조는 믿었다.

 몇백 년, 어쩌면 천 년을 넘을지도 모르는 실패에 견디고 견딘 것은, 과연 무슨 광기였을까. 저주같은 절대준수 끝에 역대 당주들은 무엇을 봐 왔을까.

 "그것이, 정말로 잘 풀린 건 10년 전이에요."

 10년 전.

 이유는 모르겠다.

 적어도 태어난 당시의 나는 웬만큼 자질을 갖추었을 뿐인, 여느 때와 같은 실패작이었을 터다. 영에 대해 지나치게 민감한 체질이라는 결함―― 가족에 관련된 사람들 대부분은 축복이라고 기뻐했었다――은 있음에도, 적어도 내가 나라는 당연한 사실을 의심할 여지라곤 없었다. 의심할 필요가 있다고는 털 끝만큼도 생각하지 않았다.

 그러나, 1.0.년. 전..

 어린 내 얼굴은, 그 날을 경계로 크게 변화하기 시작했다.

 확실히 인상은 남아있었지만, 닮기는 했지만, 내 것이 아닌 생판 남의 얼굴로 조금씩 변해갔다. 얼굴만이 아니다. 육체 자체가 변모하는 소리를 나는 또렷하게 들었다. 성장통과는 전혀 다른 통증에, 뼈와 살이 삐걱삐걱 비명을 지르며 다른 형상으로 구축되는 것을 듣고 있었다.

 둔탁한 아픔에 몸부림 치면서 침상에서 베개를 껴안은 밤이 얼마나 이어졌을까.

 서서히 변해 가는 내 얼굴을, 더할 나위 없이 숭고한 것이라고 환희하며 눈물마저 흘리는 가족들에 둘러싸여서 어떤 표정을 지으면 될지 알 수 없어진 것은 언제였을까.

 "... ... 애드랑 제대로 대화 나눌 수 있게 된 것도, 그즈음이에요."

 듣자니 적합률의 문제라고 한다.

 옛 비보의 주인과, 자신과의 적합률이 규정치 이상으로 높아졌기에 봉인예장으로서 반은 잠들어있던 애드의 유사인격이 더욱 명확하게 깨워졌다나. 어쨌든 간에 내게 몇 없는 대화 상대가 이 상자가 된 것은 분명했다.

(중략)

 그렇기에 후드를 도로 쓰면서 나는 필사적으로 말했다.

 "소재는... ... 무서웠어요... ... ."

 떨리는 목소리는 막을 수 없었다.

 후드를 도로 씌운 손끝은 이번엔 얼음처럼 찼다.

 "... ...거울 속 얼굴이... ... 제가 변해가는 게 무서웠어요... ... ."

 어째서일까.

 이 사람들 앞에선 몹시 솔직하게 고백이 나오고 만다. 고향에선 도저히 하지 못한 말을, 이렇게나 가뿐하게. 뾰족한 돌을 목에서 뱉어내는 듯한 아픔은 있지만, 그 정도는 그곳에서 맛본 공포와 비교하면 별일도 아니다.

 "이 얼굴이... ... 싫은 건 아니에요."

 솔직하게 토로했다.

 옛날 내 인상도 분명히 남아있다. 내게 자질은 있었던 노릇이고, 선조들의 노력을 고려하면 원래부터 닮기는 했을 것이다. 실제로 그 뒤로 10년이 지난 지금, 어디까지가 내 얼굴이고 어디부터가 닮아버린 얼굴인지는 판단이 가지 않는다.

 아무 일도 없었어도 쏙 빼닮은 얼굴이 되었을지도 모른다.

 혹은 성장하면 전혀 다른 얼굴이 되었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거울을 보는 건... ... 지금도 무서워요... ... . 먼 옛날에 죽었을... ... 영웅의 망령에게... ... 씌는 것 같아서... ... ."

-사건부 3권中-


 

강화마술 관련


 마술사로서 보자면, 상식적인 이야기를 하겠다.

 일정이상의 마술사라면 우선 자신의 몸에 대한 『강화』는 수행할 수 있지만, 이것은 근력이나 민첩력을 현저하게 높이기는 해도 지구력을 향상시킨다고는 단정할 수 없다. 왜냐하면 모종의 마술을 쓰면서 몸을 움직이는 이상, 정신력과 체력을 동시에 소모하는 꼴이라서 오히려 지구력에 관해서는 마이너스가 되는 경우가 많은 것이다.

 물론, 이것도 기술이나 재능에 따라 달라서 콧노래를 흥얼대며 『강화』를 수행하는 일재(逸才)라면 지구력도 더 얹었다는 예도 충분히 존재한다.

 요컨대, 여기서 숨을 헐떡이는 것 자체가 로드 실격인 범용한 면모가 만들어낸 업적이긴 했다.

 "... ... 안 ... ... 늦었다... ...!"

 숨을 헐떡이며 로드 엘멜로이 2세가 두 사람을 올려다 보았다.

(중략)

 가까운 언덕부터 『강화』한 시각으로 마차를 찾아내어 여기까지 달려온 거야 좋지만, 그게 청년의 한계였다. 동시에 청각까지 『강화』해서 몰래 이야기를 엿들을 만한 재능은 없고, 애당초 가쁜 숨소리로 알 수 있듯이 필사적인 심정으로 도착한 직후다.

-사건부 3권 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