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타입문 백과

정보투고판


정보투고판입니다. 타입문 설정 관련으로 여기 빠진 게 있으면 투고해 주세요.
어디에서 뭐가 어떻게 나왔다...... 정도로도 만족합니다만 가능하면 번역, 원문 등을 지참하고 와 주시면 감사하겄슴다......
투고글을 올리면 20포인트가 지급됩니다.

사건부 4권 잡다

2019.03.14 01:46

AAAA 조회 수:27

 

마안 봉쇄기


 "어째서, 스승님도 안경을 쓴 거죠?"

 "이쪽은 마안봉쇄기지. 급히 준비한 거라 꽤 바가지를 썼다마는."

 안경태를 쓱 밀어 올리고 스승님이 언짢게 말했다. 마안 봉쇄기라면 아마 마안용의 대책 예장이라고 했던가.

 "아무래도 레일 체펠린에 아무 준비 없이 갈 수야 없겠지. 쓱 노려봐서 심장을 멈춘다면 그나마 낫지만, 되어 먹지 못한 『강제』나 『계약』을 맺게 되면 울래도 울 수 없으니까."

 몇 가지 마안은 의식 등의 과정 및 단계를 날리고 그 결과만을 대상에게 강요한다고 한다. 스승님의 안경은 그러한 마술의 대비책 같다.


 

법정과


 "그리고 내가 바지사장인 건 사실이야. 성장하면 그 아가씨나 라이네스나 법정과에 다니게 될 테니, 자잘한 사항은 라이네스가 정정하면 그만이지."

 "어……그렇게 되나요?"

 살짝 놀라서 나도 끼어들고 말았다.

 "그래. 많은 로드는 법정과에 한 번 다니기 마련이라서. 시계탑을 운영하는 제왕학은 그곳에서 배우는 법이야. 그런 의미로는 친하게 지내고 싶은 바인데."


 

마술사와 미디어


 "마술사가, TV에?"

 "없는 건 아니지. 식물과(유미나)의 아셸로트 같은 쪽은 꽤 전부터 TV 미디어에 손을 뻗치고 있으니."

 벙찐 내게 스승님이 말을 거들었다.

 본래 이런 방면은 법정과의 역할이지만 결코 전매특허는 아닌 모양이었다. 각각의 파벌 중에서도 자기들 손으로 정보를 제어하고 싶다는―― 본디 마술사가 보기엔 속된 사상은 존재하며, 결과적으로 표면 사회 근방에서 마술사끼리 맞붙는 상황도 발생한다던가.

 그렇다고는 해도 자기 이름이 달린 방송을 확보한 마술사는 틀림없이 희귀한 존재일 것이다.


 

이베트 L. 레이먼과 마안


 "……생각해보면 이베트가 여기 단골인 건 당연한가."

 스승님이 슈트만을 벽에 걸면서 속삭였다.

 "그 사람의 안대도 역시 마안과 관계되어 있나요?"

 "반은 맞고 반은 틀렸군. 애초에 그 안에는 생체 안구가 안 들었네.'

 스승님의 말에 나는 눈을 끔뻑이고 말았다.

 어떻게 되물어야 할지 모르던 내게 옆의 카울레스가 구원의 손길을 뻗쳤다.

 "이베트 씨는 보석을 마안 대신으로 삼고 있어요."

 "보석을?"

 그러고 보니 스승님도 제작이니 뭐니 그랬던 것 같다.

 "마안의 복제는 대게 저위의 열화품밖에 만들 수 없지만, 보석 가공은 그 예외거든요. 이베트 씨 집안은 그런 가공용 마술이 특기로 내려오는 곳으로, 한정적이지만 노블 컬러마저 재현한다네요.  ……아마 더 정교하게 마안을 재현하기 위한 모델 때문에 레일 체펠린의 경매에 정기적으로 참가하는 것 아닐까요?"

 "……아, 그렇구나."

 그렇게 들으니 수긍도 간다.

 마술사로서는 오히려 이식이 어쩌느니보다 정공법에 속하는 접근 방식이 아닐까.

 "뭐, 그런 거지. 생체 안구를 대가로 삼는 행위나 보석이어야 가능한 마술적 속성으로 복제의 한계를 극복한 거겠지. 물론 이물질을 몸에 박는 이상 거절반응은 있고 이베트가 견딜 수 있는 것도 몇 대씩이나 걸친 육체개조가 있는 덕일 거다. 수로 따지자면 이 레일 체펠린에서 이식을 받은 마술사 이상의 희귀사례인 건 틀림없을 테지.'

 카울레스의 설명을 스승님이 보충했다.

 마안 여자라느니 하던 그 해괴한 자기소개는, 꼭 생뚱맞은 건 아닌 모양이다. 어쨌든 간에 내게는 다소 지나치게 난해한 세상의 사건이었다.


 

레일 체펠린과 마안들


 "이쪽이 노블 컬러 ―― 염소(炎燒)의 마안입니다."

 아마 경매인 레안드라라고 했던가.

 관 바로 옆에서 눈 주위를 가죽으로 가린 여자가 그렇게 설명했다.

 "아시리라 봅니다만 시야에 들어온 것을 태우는 자연발화(스폰티니어스 컴버션)현상을 일으키는 마안입니다. 상태도 좋고 눈 안에 있는 마술회로의 질도 더할 나위 없지요. 다만 염소의 마안이 으레 그러듯 제어하려면 요령이 필요할 겁니다. 상세한 정보 및 낙찰예상가격(에스티메이트) 등은 수중의 카탈로그를 봐주십시오."

 탁자에는 갓 구운 토스트와 잼같은 아침 식사와 함께 하드커버의 책자가 놓여 있었다. 즉, 실전의 예비조사라는 뜻이리라.

(중략)

 "이번 경매에서 출품되는 마안 가운데, 우선 오늘은 두 점, 내일도 두 점으로 네 점 정도를 선보일 예정입니다. 양해해주십시오."

 "선보이는 수는 평소랑 같나."

 이베트가 중얼거렸다.

 잘 모르는 눈치인 내 얼굴을 알아챘는지 소녀는 스윽 안대를 매만지고 말을 이었다.

 "원래 이 경매는 선대 지배인이 끝내주는 마안을 자랑하려는 핑곗거리였는데 말이야. 끝내주는―― 말 그대로 주목상품(Eye Catcher)은 내일 기대할 건수란 거지."

 "자랑하자고, 이런 경매를?"

 무심코 멍하니 중얼거리고 말았다.

 "다 그런 법이야. 원래는 어디 사도(死徒)의 도락이었다는걸. 성이 아마 로지앙이랬던가."

 등줄기에 쭈뼛 오한이 뻗쳤다.

 사도.

 살아있음에도 죽은 자. 죽어있음에도 사는 자.

 생물의 본질을 근본부터 뒤틀며 달리 『흡혈귀』라고 불리는 흡혈종. 다시 말해 사도라는 그런 무리의 호칭이었다. 사령(死靈)과는 다른―― 그러나 다른 방식으로 죽음을 짓밟고 모독하는 자.

 이베트는 별반 신경도 안 쓰는 눈치로 말을 이었다.

 '내가 경매에 참가하기 시작한 건 지금 지배인 대행이 되고서 그럭저럭 지난 다음인니까 자세한 사정은 모른단 말이지. 그 왜, 서로 사정을 깊이 캐지 않는 게 관계를 오래 유지하는 요령이잖아. 특히나 이런 업계에선."

 의외로 옳은 말일지도 모른다.

 시계탑처럼 싫어도 일정 이상의 빈도로 만나야만 하는 관계와 달리 레일 체펠린에 승차하는 건 한 해에 한 번―― 아니 단골이라도 몇 년에 한 번 정도쯤일지도 모른다.

 "아무튼 몇 번쯤 와보면 손님 판별도 얼추 할 수 있게 되지. 예를 들면 저건 판매자일걸."

 (중략)

 "성당교회에도 마술 쓰는 사람은 있지만 여하튼 모체가 모체라 세례영창 말고는 환영받지 못하거든. 애초에 저렇게 나이 먹고 나서 마안을 넣어봤자 숙달할 시간도 체력도 없어. 오히려 제어 못하게 된 마안을 팔러 왔다고 보는 게 타당해."

 "연령에 따라, 달라져요?"

 (중략)

 "마안은 있지. 마술사에게 부속된 장기인데도 그 자체가 반쯤 독립딘 마술회로야. 그러니 적출이니 이식이니 하는 얘기도 나오는 거고. 음―― 마안째로 개개별 능력이 있는 걸 생각하면 핏줄과 관계없이 적응할 수 있는 특수한 마술각인이라고 하는 편이 가까울까?"

 그렇게 말하니 마안의 가치도 이해가 간다.

 마술회로란 분명 마술사가 날 때부터 지닌 「마력을 만들어내기 위한 기관」이었을 거다. 그 질과 양에 따라서 다룰수 있는 마력에는 천지 차이가 나기에 어느 집안이든 한 가닥이라도 더 많은 마술회로를 자식에게 물려주고자 열성적이라고 한다.

 유사하게나마 이를 늘릴 수 있다면 많은 마술사가 희생을 치를 것이다.

 "그럼, 제어 못하게 됐다는 말은."

 "응. 독립된 마술회로라고 말했듯이 마안은 단독으로 마력을 만들어내서 술식을 기동할 수 있어. 일반적인 마술회로에 비해 노블 컬러가 천체운영에 가깝다……고 표현되는 것도 같은 이유지. 그래서 마술사와는 인연이 없는 일반인이라도 극히 드물게 마안 사용자가 나타나고 그래. 단, 마안이 만들어내는 마력과 술식이 반드시 맞물린다고는 단정 못해. 심각할 경우는 마안이 맘대로 술식을 발동한 끝에 마술사 본인의 마술회로로부터도 정기(오드)를 강제로 쥐어짜. 이렇게 되면야 뭐 지옥이지."

 안대 소녀는 입술을 삐죽이고 어깨를 으쓱였다.

 "모자란 분량이 적으면 젊을 때야 생명력이 왕성하니 힘든 수준으로 끝날지도 모르겠네. 근데 나이를 먹으면 뭐. 여기라면 더 위계 낮은 마안이나 그냥 평범한 안구도 제공받을 수 있는 노릇이니, 뭐 팔면 이득이지."

 "……그래서."

 살며시 끄덕이자 이베트는 빙글빙글 검지를 돌렸다.

 "사는 쪽은 어디까지 각오하고 있을지 모르겠지만. 마력 다루는 재주가 어지간히 탁월하다면 반대로 마안의 마술회로를 자기 것에다 더 얹을 수도 있고, 이런 열차에 타는 마술사라면 자기만은 예외라고 생각하기 마련이야. 크크, 1대뿐인 서브라고는 해도 마술회로를 더 얹을 수 있다는 건 그야 꿀맛이겠거니 싶지."

(중략)

 "응. 뭐 초대객이 이게 다라고는 단정할 수 없지만. 경매 당일에 밀어닥치는 놈들도 제법 있거든? 단지 진심으로 사러 오는 손님은 거의 처음부터 있더라. 아까 말한 주목상품(Eye Catcher)에도 웬만한 경우라면 레일 체펠린 쪽에서 초대장을 보냈을 테고."

 "네? 그건 마안을 팔아달라는 뜻인가요?"

 "그렇게 온당할 리가 있니?"

 이베트가 큭큭 웃었다.

 "마안 보유자(홀더) 사이에선 그럭저럭 유명한데 말이지. 초대장을 무시해봤자 납치당하거나 두 눈이 뽑힌 시체로 발견되고 그래. 응. 요컨대 목숨이 가까우면 얌전히 마안을 바치라는 메시지란 뜻이지. 이 세상 모든 마안은 내 것이라는 수준의 논리야."

 순간, 정신이 아득해졌다.

 무슨 임금님 논리일까. 네 몸은 내것이니까 바치라니, 무슨 사고 방식이어야 나올 수있는 말일까.

 "뭐, 아까 얘기 했듯이 마안을 감당 못하는 상대가 보자면 구세주야. 세상에서 가장 비싸게 마안을 사주는 곳인 건 틀림 없거든."

(중략)

 "일단 스태프에게 이쪽에 초대장을 보낸 상대에 관해 물어봤다."

 소리를 죽이면서 스승님이 보여준 것은 그 금고에 놓여있던 봉투였다.

 "이건 몇 명쯤 보낸 여유분 초대장이라더군. 때떄로 새로운 손님을 초대하려고 이런 초대장을 보낸다던데. 덕택에 상대도 이 초대장이 원래 누구 것인지는 모른다는군. ……일단, 카울레스에게 빈자리를 맡겨놨다."

(중략)

 "또 하나, 선보이겠습니다."

 경매인이 입을 연 것이다.

이어서 무표정한 스태프가 새로 투명한 관을 날랐다.

 "약취(掠取)의 마안."

 경매인은 내부에 떠 있는 안구를 그렇게 불렀다.

 그러자 손에 든 카탈로그에 새 페이지가 생겨났다. 안구의 사진과 자세한 설명이 떠오르는 것에 맞추어 경매인 또한 말을 이었다.

 "이름대로 시야에 들어온 자의 생명력을 직접 빼앗는 마안입니다. 등급으로서는 『황금』에 해당하지요. 다소 오래된 것이지만 보존 상태에 관해서는 나무랄 데 없습니다. 하지만 마안의 성질상, 숙주에게 공격적일 가능성도 있습니다. 과거 두 분의 피이식자가 3년 내에 빈사에 이르러 당 스태프의 손으로 적출되었으니 입찰하실 분께선 계약서의 책임제한 조항을 꼼꼼히 확인해주십시오."

 담담히 흐르는 설명에 비해 식당차에 퍼진 마술사의 신음은 출렁이는 물결 같았다.

 스승님도 야릇한 표정으로 입가를 가렸다.

 "……과연, 레일 체펠린인가."

 "그만큼 대단한 건가요?"

 "아까 나온 염소만으로도 예사롭지 않았지만."

 반면에 이베트는 외눈을 형형하게 빛내고 있었다. 영문 모르겠다는 표정을 지었을 나를 쳐다보며 쓱쓱 검지를 움직였다.

 "봐봐. 저기 올가마리 씨도 바로 낯빛이 달라졌지? 여하튼 황금은 통상의 노블컬러보다 더 상위니까."

 "통상의 노블 컬러보다, 더 위?"

 "한 발 삐끗하면 봉인지정감이다."

 스승님이 말을 받았다.

 그 말에 나도 아는 바가 있었기에 무심코 되묻고 말았다.

 "봉인지정이면 전에 토코 씨가 지정되었다는?"

 "그래, 시계탑의 기술로는 마안만 확실하게 적출할 수 있다고는 단정 못하니까. 본인까지 통째로 보관하는 편이 편하단 거야. 두 번 다시 태어나지 않을 마안은 본인만의 재산이 아니라 마술협회 전부의 공공재라는 얘기지."


강조점있던 부분은 강조점을 못넣어서 대신 굵게하고 기울임꼴로 표시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