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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부 5권 아인나슈관련

2019.05.23 23:27

AAAA 조회 수:20

 "이 숲에 대해서는 다소 지식이 있네. ......성당교회에서도 때때로 화제에 오르는 장소니까."

 "성당교회에서?"

 "그래. 이 숲의 본체――부해림(腑海林,(아인나슈))은 어느 사도(死徒)가 조종했다고 하지."

 "......사도가."

 카울레스가 되풀이 했다.

 "아인나슈. 그것 자체가 사고하며 포식하는 한 생물이자 같은 이름의 상급 사도가 조종하는 고유결계가 아니냐고도 화자되지. 대략 50년에 한 번 모습을 드러내서는 모여드는 인간들을 덮쳐 방대한 마력으로 그 심부에 어느 열매를 맺는다고도."

 사도 이 열차에서 몇 번쯤 들은, 흡혈종 가운데 한 종류.

 그렇다면 성당교회에 지식이 있는 것도 수긍이 간다. 마술협회 이상으로 그 조직은 사도와 거세게 적대하고 있다. 인류에 해가 되는 존재라고 보기 때문이다.

 '......아아."

 그래서 또 한가지 사실을 비로소 나도 수긍했다.

 이 열차에 칼라보가 탔다고 알았을 적, 마술사들이 비정상적으로 긴장하던 건―― 성당교회의 인간이 사도 지배인이 운영하던 경매에 제대로 참가할 생각이 있겠느냐고, 그런 식으로 의심이 들었기 때문일 것이다.

 "지금, 마력으로 맺는 열매라고 하셨나요?"

 "마술사답군. 의미를 알겠는가."

 쓴웃음을 머금고 칼라보가 설명했다.

 "그 열매가 바로 마성의 숲에 사람이 모이는 이유일세. 듣자니 먹은 사람을 불로불사로 만든다는 미심쩍은 전설이 있거든."

 칼라보의 말에 나와 카울레스는 숨을 멈추었다.

 마술 같은 것 보다도 훨씬 황당무계한―― 애들 보는 동화 같은 현상을 거론해서 대꾸할 말이 없었다.

 '......마치.'

 이렇게도, 생각한다.

 마치 당장 어제 만난 영령과도 비슷한 환상.

 동시에 사도라는 엉터리 같은 현실과 한 세트로 거론되어서는 그 황당무계함을 부정할 수도 없었다. 하물며 명색이 성당교회 내부에서 거론되는 이상은, 모종의 진실이 숨어있을 터다.

 실제로 칼라보는 이렇게 말을 이었다.

 "미심쩍다고 한 것처럼 이 열매를 먹은 사람은 없어. 하지만 충분히 난숙한 열매에서는 간혹 핏방울이 떨어진다더군. 흥, 먹은 놈도 없는데 불로불사의 전설이 침투한 건 오히려 이쪽이 이유지. 이 핏방울 일부는 씨앗이 되어 한동안 땅속에서 잠들다가, 부모와는 또 다른 진화(형상)를 택하지. ――아인나슈의 새끼라는건, 그 결과물일세. 아무래도 이 새끼는 빙설을 택한 모양이로군."

 창밖을 처다보며 칼라보가 말을 끊었다.

 간신히 이야기가 연결되었다. 요컨대 사도끼리 다투는 결과, 이렇게 빙설림(氷雪林)에 습격받았다는 뜻일까.

 '......본래, 사도끼리는 영역을 고정해서 좀처럼 간섭하며 다투지 않는다지만, 이 레일 체펠린의 지배인은 자취를 감춘 지 오래된 모양이니 말이야. 아인나슈의 새끼도 누가 관리하는 것이 아니지. 언제 일어나도 이상할 게 없는 충돌이었을거야."


(중략)


 내부로 들어가자 빙설림은 상상 이상으로 난관이었다.

 한 걸음 나아갈 때마다 발꿈치까지 눈에 잠긴다. 새하얗게 닫힌 시야 귀퉁이에서 때때로 생각도 못한 각도로 떨기나무의 나뭇가지가 튀어나와서 거동할 수 없어진다. 카울레스가 짐에서 내한의 호부를 꺼내준 덕분에 추위는 다소 누그러졌지만 그래도 발길을 멈추면 얼어붙어 버릴 것만 같았다.

 이베트와, 칼라보와, 멜빈.

 여기에 나를 더한 네 명이서 숲속을 나아가고 있다. 다우징의 응용이라고 해서 칼라보의 손은 흑건을 잡고 있었다. 수원이나 광맥을 찾는 데에 현대에서도 이용된다는 수법이지만 성당교회의 대행자씩이나 되면 정밀도는 더더욱 높을 것이다.

 푹, 푹. 눈더미에 깊이 파묻힌 발을 뽑았다.

 한 걸음마다 평소의 열 배나 체력을 빼앗기는 느낌이었다. 그리고 땅의 낌새도 차창에서 살폈던 경치와 일치하지 않는 느낌이 들어 나는 살짝 갸웃거렸다.

 "이런 산이었던가요?'

 "아마도 지형도 모종의 조작을 하고 있는 거겠지."

 무겁게 칼라보가 말했다.

 "처음에도 말했지만 본래의 아인나슈는 50년에 한 번, 며칠 동안만 나타나는 규격 외의 고유결계 같은 것이라고들 하지. 아인나슈의 새끼도 비슷한 축이지만 이쪽은 같은 현상이 두번 나타난 예는 없다는 게 정설이야, 아마도 딱 한번만 비축한 마력을 다 쓰는 거겠지."

 "......새끼는 두 번 나타나지 않는다."

 어쩐지 그건 쓸쓸한 여운을 느꼈다. 평범히 생각하자면 자식은 부모보다 오래 사는 법이지 않을까. 그러나 아인나슈의 새끼는 고작 한번이면 사라진다고.

 "발생 시간도 짧을 때가 많다더군. 이쪽은 개체차가 큰 모양이네마는."


(중략)


 "다만 약간 대원(마나)를 쓰기 어렵군. 이 숲, 공기까지 달라지지 않았어?"

 "이전 조사로는 그렇다. 다만 아인나슈 본체보다는 얼마간 나을지도 모른다. 교회의 자료에는 아인나슈 안에선 마나를 일절 사용할 수 없다는 것도 있었어. 무릇 대규모의 마술행사는 어렵겠지."

 "――마술사 킬러도 이만저만이 아니군요. 조사용 마안 유지하는 것도 꽤 버겁거든요―?"


(중략)


 "통과했나......"

 운전석에 주저앉은 채로 차장이 느릿하게 숨을 쉬었다.

 그를 아는 이라면 그것이 안도의 한숨이란 사실에 눈이 휘둥그레질지도 모른다. 톱니바퀴 같은 것보다 훨씬 정확하게, 열차를 운행하기 위해서 모든 것을 바친 존재가 바로 그였으니까.

 "만에 하나, 아인나슈의 본체가 나타날까 싶어서 우려했지만...... 그쪽은 기우였던 모양이군......"

 "다행이었지요."

 경매인도 살짝 끄덕였다.

 새끼라면 몰라도 아인나슈의 본체가 나타났을 경우, 그 격은 자취를 감춘 자신들의 주인에 필적한다. 이 레일 체펠린만은 목숨과 바꿔서라도 지켜야만 했다. 남은 자에게 그외의 사명은 있지도 않으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