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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부 설정

2019.06.28 02:14

AAAA 조회 수:27

애드 파성추형 추가 언급


 파성추.

 세상 끝에서 빛나는 창(론고미니아드) 본체를 제외하면 애드의 형태 중에서 최대의 파괴력을 가진 형태.

 후웅 쳐든 파성추가 마력의 불길을 뱉어냈다. 서번트의 스킬로 환산해도 D 랭크의 마력방출에 필적한다고 스승님에게 보증을 받은 맹위가 단숨에 헤파이스티온에게로 처박혔다.

 막아낸 헤파이스티온의 검이, 삐걱거렸다.

 "이, 건――!"

 눈을 부릅뜨는 그녀. 천하의 헤파이스티온도 파성추의 마력방출이라면 일축하지 못한다. 응당 그러하리. 이 마력방출을 지탱하는 건 진정 보구이므로.

 마력을 더욱 구동시킨다.

 채내의 마술회로가 비명을 질러도 여전히 일심불란 회전시킨다. 이 몸은 그러기 위한 톱니바퀴(시스템)로 변모한다. 헤파이스티온과의 사이에서 한순간 팽팽 맞서던 위력이, 파성추의 뒷면에서 분사하는 마력이 더 얹혀서 그대로 여전사의 몸에 때려 박혔다.

 반동으로 크게 내 몸이 위로 떴다.

 "해냈다――!"

 노리던 것은 이 반동이었다.

-사건부 5권 中-


 

마안 관련


 "칼라보 프램튼"

 새삼 이름을 불렀다.

 "당신의 그것은, 측정의 과거시―― 아니, 엄밀히 나눌수 있는 것은 아니라고 해도, 측정에 가까운 과거시가 아닌가요?"

 칼라보가 '헉'하고 한쪽 눈을 가렸다.

 예측과 측정. 그것은 카울레스가 했던 애기다. 미래시에도 과거시에도 예측과 측정의 두 종류가 있으며, 전자는 평범하게 인간이 지닌 상상력의 연장, 후자는 자신의 행동에서 시공축을 고정하고 마는 이능의 부류라고.

 "통상, 과거시에 있어선 예측도 측정도 있으나 마나 한 것이라고 곧잘 말하죠. 미래와 다르게 과거는 바꿀 수 없으니까, 어떤 방법으로 과거를 보더라도 관계란 없다고. 하지만 어디까지나 통상이라면 그렇단 얘기에요. ――맞아, 맞아. 직사(直死)의 마안이라는 것을 어제 화제로 꺼내신 분이 계셨죠. 마찬가지로 본 것에 죽음을 강요하는, 『무지개』 위계의 마안이라고."

 갑자기 도중에 화제가 바뀌었다.

직사의 마안. 마안 경매 전의 설명에서, 올가마리가 언급한 존재. 그때의 설명이 옳으면 『황금』과 『보석』마저 뛰어넘은 정점, 『무지개』  위계의 마안.

 "저는 그와 같은 마안을 본 적은 없어요. 하지만 다소나마 상상을 발휘하면, 그것이 어떠한 것인지 추측할 수 있죠. 네, 그건 아마 궁극의 미래시겠죠. 적어도 그러한 운명력을 보는 능력 중 하나일 거에요."

 "……직사의 마안이란 게, 궁극의 미래시라고?"

 신음한 칼라보에게 히시리가 끄덕였다.

 "왜냐면 그렇잖아요. 누구나 언젠가는 죽는답니다. 무엇이든 불완전하니, 곱게 부서져서 처음부터 다시 하고 싶다는 소망을 간직하고 있는 거죠. 그 최후를 보고 현재(지금)로 끌어 당긴다면, 궁극의 미래시가 아니고 뭐라 하겠어요."

"…………."

나는 히시리의 말이 약간 이해되었다.

불완전하기에 다시 하고 싶다. 차라리 부서지길 바란다. 언젠가 정체도 모를 미래에 종말이 찾아올 바에는, 차라리 지금 당장 이 목을 매고 싶다. 아마 누구나 할 생각. 몹시 소박하고 어두운 소원. 소박하기 때문에 그것이 한 가지 끝이라는 설명은, 이상하리만큼 수긍이 갔다.

 "그렇다면 반대도 진리죠. 누구나 언젠가 태어난 거에요. 불완전하게 태어나고 말았으니, 그런 최초가 잘못이었다고 성내는 거죠. 그 최초를 보고 현재(지금)로 떠오르게 할 수 있다면, 궁극의 과거시가 아니고 뭐라 하겠어요. 아아, 그것이 보기엔 세상은 거품처럼 보일지도 모르겠네요."

 '……거품?'

"혹시 시공 거품을 말하나?"

 이건 멜빈의 말 참견이었다.

 "알고 계셨나요?"

 "내가 아는 건 과학의 개념이지만. 극한으로 작은 스케일에선 물체는 거품이 집합체와 다름없다는 거지.딱히 과학적으로 옳은 묘사를 이 사람이 보고 있던 건 아니겠지만, 그에 가까운 개념이라고 말하고 싶나보지?"

 "대충, 말씀이 옳아요."

 히시리가 긍정했다.

 맵싸한 게 목구멍에 솟구치는 걸 느꼈다.

 세상이 거품으로 보인다. 왜인지 그 말에 몹시 위태로움을 느낀 것이다. 인간도, 짐승도, 수목도, 물고기도, 꽃도, 흙도, 돌도, 물도, 빛도, 그 모든 것이 거품으로 보인다는 건 어떤 기분일까. 모조리 다 똑같다는 사실을 보면서 하루하루를 보내는 건 어떤 인생일까.

 그야말로, 자기 안구를 쥐어 터트릴 심정이 되지 않을까.

 "……아아, 안타깝지만 소문의 직사의 마안과 달리, 이번 마안은 그 궁극에는 이르지 않았겠죠. 종말을 보는 데 이르지 못했어요. 시작을 보는 데 이르지 못했고요. 기껏해야 미리 설정해둔 과거의 사건을, 특정 타이밍에 인식해서 일깨운다―― 그런 마안이었던 건 아닐까요?"

 히시리의 말이 정중할수록 털이 쭈뼛 섰다.

 나이프의 칼 끝이 뒷목을 어루만지는 것만 같다. 칼날에는 독이 발라져 있고 상처하나 남기지 않았는데 이쪽 심지까지도 썩혀 버릴 것 같았다.

 "측정의 미래시는 미래가 그리되도록 확정해 버리죠."

 노래하듯 히시리가 말했다.

 "그렇다면 측정의 과거시는 과거가 그랬었다고 확정시켜 버리는 게 당연하겠죠. 네, 사물의 종말이 『죽음(정지)』이라면, 사물의 시작은 『삶(기동)』인 게 자연스럽죠. 그 마안은 과거의 사실을 현대에 되살리고 말아요."

 아아, 마치 추리소설의 탐정같이, 아다시노 히시리는 하나씩 꼼꼼히 읊어 나간다. 까발린다. 난도질한다.

 이런 사람이었다. 그 생각이 들었다.

 처음 박리성 아드라에서 만났을 적부터 이런 사람이었다. 지금까지 깜빡 잊고 있던게 거짓말이었던 것처럼 아다시노 히시리는 첫인상을 되찾아 갔다.

 법정과, 마술사를 다스리는 마술사로서.

 "……즉, 그건, 과거에 일어난 사건을 재현하는 마안이란 뜻?"

 이베트가 말했다.

 누군가 그렇게 말해주기를 기다리던 것처럼 히시리는 목을 아래위로 흔들었다.

 "네, 아마도 과거로부터 재현할 수 있는 행동은 제한되어 있겠죠. 이번 경우, 미리 기록해둔 참격을 특정 타이밍에 재생한다―― 그런 용도일지도 몰라요. 그러내요. 에를 들면 이런 식으로."

 히시리가 테이블 위에 있던 나이프와 사과를 서슴없이 집었다.

 우선, 나이프를 세로로 움직였다.

 "이렇게 참격을 기록하고, 놔둡니다."

 그리고 사과를 들고 같은 지점으로 이동시킨다.

 조금 전과 비슷하게 히시리가 나이프를 휘둘러 사과 껍질에 상처를 냈다.

 "이제 마안 보유자가 관측하고 있으면 언제든 기록한 참격대로 대상이 절단되죠. 제가 말하는 마안이란 그런 용도의 것이에요. ――그러니까 당신이 아닌가요?"

 거기서 한 번 더 노인을 돌아보았다.

 "당신이 아닌가요, 칼라보 프램튼."

-사건부 5권 中-


(중략)


 "그리고 능력에 관해서라면 증언을 받으면 끝날 일이에요."

 "……나는, 그런 짓은 할 수 없다고 말했네."

 목소리를 쥐어 짜듯이 칼라보가 말했다.

 "아아, 할 수 없다고 말씀하신다? 그럼 그걸로 문제 없어요."

 여전히 소름 끼치게 히시리는 웃었다.

 "칼라보 씨의 마안은 경매에 나올 테죠. 그렇다면 레일 체펠린 측의 입에서 어느 정도의 성능을 가진 마안인지는 설명되었을 테죠."

 

 『――네, 그 마안으론 가능합니다.』

 

 갑자기 목소리가 났다.

 아니, 그것은 목소리가 아니었다. 엄밀히 말하면 사념조차 아니었다.

 마치 개념 그 자체가 갑자기 우리 뇌에 스며든 것만 같았다.

 그 개념과 동시에 장미의 여자가 나타났다. 레일 체펠린의 지배인 대행이라고 불린―― 내가 몇번이나 보았던 여자가.

 이번만은 나만이 그녀의 모습을 인식한게 아니었던 모양이다.

 휴게 차량에 타고 있던 마술사들이 하나같이 희미하게 숨을 죽이고 그녀에게 주목했다.

 

 『시간제한이 되었으니 경매 전에 받으러 왔습니다.』

 

 "시간, 제한……?"

 『스태프 쪽에서 말씀드렸을 텐데요. 경매 반나절 전에 마안을 적출하겠다고.』

 경매를 위한, 마안 적출.

 하필이면 지금 이 타이밍에―― 아니 그것도 아니다. 이 타이밍이기에 히시리는 추리 개장 같은 행위에 이른 것이다.

 '반대였던 거야…….'

 깨달은사실에 나는 전율했다.

 주위 마술사들이 수긍하기에는 증거가 불완전하다는 건 히시리도 당연히 알고 있었다. 트리샤의 다잉 메시지나 칼라보가 7년 전의 사건에도 있었다는 건은 몰라도, 자의적으로 과거시 능력을 가정하는 수법에 같이 탄 마술사들 전원이 수긍할 턱이 없다.

 그러나 아무리 엉뚱하든 황당무계하든 간에, 자신의 추리를 레일 체펠린이 뒷받침해줄 거라는 확신이 있었다. 증인이나 증거를 갖추어 범인을 추궁한다는 평범한 정차에서는 있을 수 없는, 그러나 이 장소와 마술사라면 가능한 역전의 수단. 진실을 비트는 탐정.

 아니다.

 처음부터 그녀는 탐정 같은 게 되려고 하지 않았다. 그녀로서 이것은 추리극이 아니다.

 정치극이다. 시게탑을 맴도는 수많은 권력투쟁처럼 아다시노 히시리는 이 사건을 처리하고 있다. 이것이 법정과의 수법이라고, 마술사들에게 암시하고 있다.

 쩔쩔매고 칼라보가 몇걸음 후퇴했다.

 "하, 하지만 기다리게! 지금은 아직……."

 저항하려는 노인의 품속에 빨려드는 것처럼 장미의 여자는 침입했다. 아인나슈의 새끼에선 그토록 깨끗한 채술을 선보이던 노인이 이토록 쉽사리 접근을 허용한 건 평소에 없는 동요 때문인지, 아니면 장미의 여자가 가진 탁월한 신비 때문인지.

 그 손가락이 칼라보의 얼굴 절반에 푹 잠겨 들었다.

 마치 무슨 진흙에 잠기듯, 괴이할 만큼 자연스러웠다. 핏방울 하나 흘리지 않는 그것은 심령수술과 비슷한 기술이엇을지도 모른다. 검지와 중지, 엄지가 둘째 관절까지 잠겨들어 불과 몇 초 만에 푹푹 빠졌다. 그와 동시에 의식도 빼앗겼는지 칼라보가 엎어졌다.

 "지배인 대행."

 삭 하고 경매인이 용액으로 채운 유리관을 내밀었다.

지배인 대행인 여자가 손을 흔들자 관 내부로 두 개의 안구가 첨벙 소리와 함께 낙하했다.

 시술하는 동안, 아무도 꿈틀거리지도 못했다.

 "이상으로, 마안의 적출은 끝났습니다."

 신의 작업이라도 목격한 것처럼 목소리를 떨며 경매인이 선고했다.

 목소리는 떨고 있었다. 우리도 그랬다. 너무나도 차원이 다른 뭔가를 목격한 순간, 인간은 누구나 그리될지도 몰랐다. 마술로서, 또한 신비로서 방금 시술이 얼마나 뛰어난지 감도 잡히지 않는 나조차 숨 한 번 내뱉지 못한 상태였다.

 지배인 대행이 다시 사라진 것마저도 금세 깨닫지 못할 정도로.

 "이식은 저희라도 가능합니다만, 적출은 지배인 대행만이 치를 수 있는 절기입니다. 이 때문에야말로 그분은 항상 주무시고 게십니다. 한 번 그 손을 휘두른 이상, 한동안은 다시 잠에 빠지시겠지요."

 선고하고 경매인은 유리관을 어루만졌다.

 갓난아기를 쓰다듬는 것보다 훨씬 자상하게, 예술과 접촉하는 것보다 훨씬 자랑스럽게.

 "오오…… 오오, 훌륭해."

 관 내부의 안구를 확인하며 재차 목소리를 터트렸다.

 순수한 감동. 순수한 충동. 마음속의, 더욱 밑바닥에서 풀려나온 것만 같은 음성이었다. 이베트와 칼라보는 레일 체펠린의 스태프가 반드시 마안에 집착한다고는 단정 못한다고 그랬지만, 적어도 이 경매인만은 예외 같았다.

 몇 겹으로 휘감긴 안대 속에서 뭔가를 보고 있는가.

 아니면 시각과는 다른 감각일까. 관 내부의 목소리를 듣듯이, 냄새를 맡듯이, 얼굴을 문지르며 그녀는 이렇게 말을 이었다.

 "칼라보 님은 자각하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만, 『보석』의 위계에 이르겠죠. 저희 경매의 주목상품(Eye Catcher)에 어울립니다. 진즉에 끝났을 터인 과거의 그림자를, 현재(지금)로 거품처럼 떠오르게 한다―― 포영(泡影)의 마안이라고 이름 지을까요."

 포영의 마안.

 그 이름이 선고됨과 동시에 이번에는 아다시노 히시리가 뒤돌아보았다.

 "아무래도 일단 해결된 모양이에요."

-사건부 5권 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