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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하려던 중, 그 발 아래에 갑자기 검은 뭔가가 꽂혔다.

독특한 형상의 칼날에 나는 크게 눈을 부릅떴다.

"흑건!"

지붕 위에 새로운 인영이 나타나 있었다. 칠흑의 코트로 몸을 두르고 얼굴에 큼직한 흉터를 남긴 노인. 단단히 눈을 감고있는 그는 그 두 손에 세 자루씩의 흑건을 손에 끼고 있었다

"눈이 먼 몸으로 기어왔나."

"아니."

노인은 부정했다. 바람에 흩날리는 백발이 흑건을 든 노인의 뺨을 핥고 있다.

"돌려받았지. 경매는 무효가 되어서 말이야."

그 눈이 번쩍 뜨였다.

칼라보의 비어있던 눈구멍에 마안이 박혀 있었다. 결코 정성 들인 이식이 아니며 억지로 쑤셔 넣었다는 중거로, 안구는 각각이 딴 방향으로 돌아간 상태였다.

물론 그래서야 안구로서는 기능하지 않는다. 하지만ㅡㅡ.

"ㅡㅡ원래 마안의 적출과 이식이란, 그 상대와 영성을 연결한다는 것이지."

낮게 스승님이 말했다.

"일종의 심령수술. 연을 분리하는 게 적출, 서로 연결하는 게 이식이라고 해도 돼. 따라서 본래 마안의 소유주ㅡㅡ 하물며 적출된 뒤로 아직 하루도 지나지 않은 상대라면."

안구로서 기능하지 않아도, 마안으로서는 기능한다ㅡㅡ!

칼라보의 흑건이 달렸다.

그 전투기술은 내게는 도저히 흉내낼 수 없는 영역. 순수한 신체 운용이라는 면에서, 고대를 살아간 페이커를 크게 웃도는 것이었다.

"막지 마!"

하트리스의 말에 페이커는 충실히 따랐다.

확실히, 검은 닿지 않았다. 칼라보와 페이커 몸은 불과 한 순간 교차하기만 하고 도로 떨어졌다.

그런데 촌각 뒤에 페이커의 검이 잘려나간 것이다.

"아아, 그런가. 이런 식으로 보였었나."

칼라보가 웃었다.

방금 그건 칼라보의 흑건이 지나치게 예리해서 절단이 늦어졌다거나. 그런 게 아니다. 명백하게 시간 차로 검이 두 동강 났다. 그곳만이 컷이 빠진 필름처럼 시간축을 뛰어넘어 처리된 것이다.

"거품이다."

노신부의 목이 울었다.

페이커에게 틈을 주지 않고 그 몸이 미끄러지며 붙었다. 마치 간격을 훔친 것 같은, 미끈거리는 접근. 단순한 신체능력으로는 아득히 웃돌 터인 서번트가 대응하지 못하는 보법으로 칼라보가 두 손에 잡은 흑건이 울부짖었다.

그 상대는 서번트만이 아니었다. 마침내 열차에 다다른 아인나슈의 새끼의 요악한 나뭇가지ㅡㅡ 그 전부가 닿지도 않았을 칼날에 참단되고있다.

"아아, 그래, 그런거야, 세계는, 거품으로 이루어져 있어."

그 목소리와 어조는 평소 칼라보와 크게 달랐다.

'......조종당했을 때의, 칼라보 씨의.'

아마도 그것은 이중인격과는 조금 다를 것이다.

억압되어있던 칼라보의 욕망과 감정, 대략적으론 그런 것이리라.

"사전에 미스 히시리에게 부탁해놨지. 칼라보에게는 경매와 그 뒤의 경위를 꼬치꼬치 전하라고."

스승님이 말했다.

그렇다면 구속이 풀린 것도 같은 이유일 것이다. 사정을 안 칼라보는 7년 전부터 줄곧 함정에 빠져 있었음을 알고 싸우기를 결의했다. 자신의 마안을 회수하고 이 지붕 위에 나타난 것이다.

"과연. 이런 사례도 있을 수 있는 거군요."

하트리스는 웃으며 말했다.

"통상의 시력을 잃은 까닭에, 마안에 더더욱 특화했다. 평소의 인격으로는 보지 못한 것도 지금이라면 보인다는 뜻인가요."

"하트리스ㅡㅡ!"

그 웃음을 노리며 칼라보의 몸이 지붕 위를 뛰었다.

 

 

(중략)

 

 

페이커가 헛발을 디뎠다.

여자 영령의 갑옷은 비스듬히 잘려나가고 어깻죽지부터 피를 흘리고 있었다.

"그 마안, 일급 개념예장과도 필적하나."

페이커의 신음도 지당할지니.

물론 애드도 못하진 않는다. 보구를 내장한 그림 리퍼는 서번트 상대일지라도 충분한 위력을 발휘한다. 다만 이 노인의 마안은 필요하다면 단순한 나이프로도 기적을 일으켜내는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노인의 노림수는 서번트도 아인나슈의 새끼도 아니었다.

"나를! 나를 조종했겠다! 하트리스!"

격정과 함께 휘둘러지는 칼날의 상대를 알고 페이커는 도망칠 수도 없어졌다.

조금 전의, 나와 스승님의 반대다. 마스터가 습격당하면 서번트는 감싸야만 한다. 그것도 나와는 경험의 차원이 다른 대행자의 전투 기술 상대로.

휘둘러지는 칼날은 실체만이 아니며 과거에서도 엄습한다. 열차가 주행하고있는 이상, 과거에 배치된 참격은 곧장 후방으로 처지지만, 반대로 말하면 배치된 참격은 잇달아 장소를 바꾸어 이쪽에 적의를 거기서 드러내는 것이다.

베었다는 사실이 과거에서 떠오르는 이상, 한 번 참격의 범위에 들어가 버리면 영체든 물질이든 방어 불능. 아무리 페이커의 전투력이 인간을 아득히 초월했다고는 해도 일종의 이중현상(도플갱어)라고 할 수 있는 이 공격은 마냥 피해낼 수 있는 게 아니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페이커는 억누를 수 있어도, 아인나슈의 새끼는 방법이 없다. 방금 칼라보에게 절단된 것을 학습해서인지 이번의 요사한 나뭇가지는 빙글 빙글 회전해 뒤쪽 차량으로 비스듬히 짓쳐들고 있었다.

그때였다.

「물러나 당신들, 말려들지 말아줘!」

사역마를 통해 전해왔다고 짐작되는 외침은 올가마리의 목소리였다.

순간. 밤하늘에 별이 빛났다.

열차가 달리는 선로에서의 마력과 상응해서 하늘과 땅은 저마다 끌어당기듯이 마력을 서로 통한다. 만약 그 모습을 볼 수 있는 시인이 있었으면 찢어진 신들이 입맞춤을 나누는 것처럼, 이라고 형용했을지도 모른다.

거기서 몇십이나 되는 빛의 창이 쏟아질 줄이야.

그야말로 별빛의 마탄.

운무처럼 무리지은 빛이 일제히 후려쳤다.

천하의 아인나슈의 새끼가 펼쳐낸 요사한 나뭇가지가 곧장 꺾이고 부서지며 울부짖는 듯한 소리와 함께 파괴되었다.

"......하하하, 이건 대마술이군."

스승님이 쓴웃음을 참았다.

천체과의 차기 로드인 그녀의 대마술이 아인나슈의 새끼마저도 산산조각 날려버린 것이다.

동시에 전국의 변화도 찾아들었다.

대량의 분진이 뿌려지며 잠시 밤하늘도 뒤덮은 사이, 뛰어 물러났던 페이커가 입술로 무슨 말을 읊조린 것이다.

"나는 기원한다. 나는 기도한다."

한 구절에 내 모든 신경이 강렬한 위기를 호소했다.

 

"nereideㅡㅡ"

"큭ㅡㅡ 그렇겐 안돼!"

이쪽도 칼라보 옆에서 돌진했다.

변형시킨 그림 리퍼로 마력이란 마력을 몽땅 빨게해서 마술을 무효화했다.

아니.

무.효.화.하.게. 유.도.당.했.다.

신화 시대의 마술조차도 미끼. 이미 몇 번쯤 그림 리퍼로 무효화되었던 마술을 쓰는 실책을 페이커는 또 다시 반복하려고 하진 않았다. 어쩌면 욱한 것처럼 보이며 연거푸 반복하던 것조차 마지막 함정에 빠트리기 위한 미끼였을지도 모르리라.

돌격한 나와 칼라보 쌍방을 쥐고 흔들고 그녀는 회심의 옷음을 지었다.

"보아라!"

여자 영령이 눈이 요광을 흩뿌렸다.

헤테로크로미아. 「강제」의 노블 컬러, 너무나도 치명적인 타이밍이었다. 나는 물론, 스승님도 조금 전 날아갔을 적에 마안봉쇄기의 안경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숙련된 전사인 페이커는 당연히 그 사실도 계산에 넣었을 것이다.

곧바로 칼라보의 움직임이 뺏뻣하게 정지했다. 노블 컬러의 마안씩이나되면 통상의 시각을 잃을 정도로는 효과는 크게 감퇴하지 않는다.

그때 페이커가 지른 발차기가 노신부의 가슴을 찍어 그 몸을 지붕 위 뒤편으로 몇 미터나 날려버렸다. 몇 번 가량 지붕 위에 격돌하고 튕긴 노인의 몸은 물수제비 같았다.

그대로 페이커의 마안이 이쪽을 포착했다.

"안, 돼......!"

아름다운 마안의 침식에 세포라는 세포가 능욕되는 것을 느끼면서 내 몸은 그림 리퍼를 내리쳤다

 

(중략)

 

"아...... 아......"

눈앞에서 나지막나하게 신음이 튀어나왔다.

나도 믿을 수 없었다. 페이커의 마안ㅡㅡ 「강제」의 노블컬러가 또다시 나를 제압했나 싶었다. 실제로 반쯤은 그것을 각오하고 찰나라도 빨리 치고 들어가려 했었다.

"방금, 그건."

날려간 곳에서 칼라보도 고개를 저었다. 방금 그건 확실하게 마안에 붙들릴 타이밍이었다. 전사로서, 페이커는 틀림없이 우리 둘의 윗줄에 있었다.

그렇다면, 이 결과는.

여자 영령의 몸이 어마어마한 피를 흘리고있는 건 왜인가.

"......너는......"

갑옷이 갈라진 곳을 누르며 페이커가 입술 가장자리에서 피거품을 쏟아냈다.

한 것은 내 그림 리퍼였다. 혼신의 손맛은이 팔에 남아있다. 몸을 대각선으로 가른 일격은 아무리 서번트라 해도 중상을 면하지 못했을텐데, 그런데도 이 여자 영령은 무릎 하나 꿇지 않고 엄준하게 스승님을 노려보고 있었다.

"이 기회를, 기다리고 있었나. 내가 마안에 의지하는 순간을."

"ㅡㅡ그래. 틀림없이 마안에 의지하리라 짐작했었지."

등 뒤에서 속삭인 스승님이 그 예장을 들고 있었다.

나자르 본주우.

안구가 모티프인, 사시(邪視)로부터 몸을 지키기 위한 호부.

보이는 힘이라고 스승님은 말했었다. 7년 전과 이번 사건에서 칼라보를 조종한 것은 보이는 힘을 이용한 최면술(메스머리즘)이며, 마안의 힘이 강하면 강할수록 저항하기 어렵다고. 지금 스승님은 그것을 역이용해 페이커를 한순간 무력화한 것이다.

"물론, 내 마술이 아니라 미스 히시리의 것이야."

부서진 나자르 본주우를 들고 스승님이 말했다.

담긴 마력의 강도에 견디지 못한 것인지 안구를 본뜬 부적은 푸스스 허물어졌다.

하트리스는 움직이지 않는다.

앞선 발차기에 가슴뼈가 부러졌는지 칼라보도 웅크리고만 있었다.

마안대투사로 아인나슈의 새끼가 일시후퇴해 쥐죽은 듯 잠잠해진 지붕 위에서 스승님은 말을 걸었다.

 

(중략)

 

"궤변이다!"

페이커가 외쳤다.

그 부러진 검이 쿠릉 우짖었다.

충분히 경계하고 막았을텐데도 내 몸은 크게 뒤로 미끄러졌다.

무시무시한 내구력이었다. 영령이란 이 정도 존재인가. 인간이 아니어도 절명해 마땅한 상처를 입고도 여전히 페이커는 건재했다. 

그 대영웅과 함께 세계를 한 번은 정복할 뻔한 자의 저력."

"저기 마안술사가 내 검을 봉했다. 네 제자는 내 마술을 봉했다. 그리고 너는 내 마안을 봉했다. 그래 인정하마, 그 하나하나가 네 행위가 아닐지언정 인간을 이끄는 자로서 모종의 재능은 있는 거겠지."

하나하나, 딱딱 나누듯이 여자가 말했다.

"그렇다면 지금부터도 살아남아 보아라."

부러진 검을 휘두르자 허공이 찢어졌다.

그 안에서 먹구름과 함께 나타나는 위용은 그 신위의 차륜.

마침내 여자 영령은 그 보구를 불러낸 것이다.

 

(이후 이전의 헤카틱 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