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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다. 페이커."

클래스로, 불렀다. 헤파이스티온이 아니라 페이커라고.

실없는 소리를 들을 마음은 없다고 했다."

적의를 숨기지도 않는 여자 영령. 그러나 스승님은 상관치 않으며 말을이었다.

"2할이 틀렸다고 했었지. 오빠의 이름을 빌린 적도 있었다고. ──그럼, 너는 쌍둥이였나보군."

움찔. 페이커의 손가락이 움직였다.

동요를 놓치지 않고 스승님은 다시 말을 뱉었다.

"그 당시의 쌍둥이라면 한쪽을 정상적으로 키우고, 한쪽을 마도에 맡기는 건 결코 드문 일이 아냐. 하물며 이스칸다르의 어머니── 올림피아스는 디오니소스 교의 열렬한 신봉자였으니까."

 

──『원래는, 그 녀석의 어머니가 감시역으로 붙여놨었지.』

 

동굴에서 들은 말을 기억해냈다.

그리고 멜빈도 말했었다. 이스칸다르의 모친은 아마 마케도니아에서 이루어지는 종교 의식을 도맡고 있었을 거라고.

그런다면 그 모친이 키우고 감시역으로서 붙인 아이의 의미는──

"전부터 헤파이스티온이라는 이름은 기묘하다고 생각 했었어, 그리스에서 전해진 풍습이라 평범한 남자라면 헤파이스토스라고 이름을 붙이지. 그런데 구태여 파생 형으로 헤파이스티온이라는 이름으로 바꾸자마자 성별도 출신도 애매해져. 여하튼 아마조네스의 여왕에도 같은 이름이 있을 정도니까. 일설에는 헤파이스티온이라는 이름에는 신에게 공물을 바친다는 의미도 있다더군."

필시 오랫동안 조사했던 것이리라.

이스칸다르라는 영령에 대해서. 그 영령이 살아온 세월에 마주할 때마다 스승님은 늘 아련한 눈빛을 머금는다. 아득한 저 너머로 지나간 시대를 마주봄과 동시에 본인의 청춘으로 되돌아온다.

그렇기에 이 순간 확신과 함께 선언했다.

"왕이 권력을 휘두르려면 결코 배신하지 않는 부하가 필요하지. 이스칸다르를 둘도 없는 왕으로 삼고자 내내 활동하던 올림피아스라면, 어릴 적부터 충신을 키우려고 했어도 하나도 이상할 게 없어. 네 오빠에게 주어진 건 그런 이름이었던 게 아닌가?"

"──닥쳐!"

격분한 영령이 그 검을 뽑았다..

 

(중략)

 

"──이스칸다르의 대역일 거라고 말한 건 결코 겉모습 때문이 아니야."

재차 스승님이 앞선 화제를 끌고왔다.

"당시가, 이미 끝나가는 중이었다고는 해도 아직 마술이 꽃피던 신화 시대의 잔재이기 때문이지. 마술은 더욱 강대하고 그 대다수는 마법으로 취급되던 시대였어. 유력한 왕이라면 반드시 저주로부터 몸을 지키기 위한 신관이나 마술사를 준비하던 시대이기도 하고. 쭉 거슬러 올라가면 고대 메소포타미아에는 제물왕이라는 의식도 있었을 정도로 말이야. 이르기를, 흉조를 피하고자 전혀 관계없는 농부를 왕으로 세우고 재앙이 떠나면 제물로 지목된 상대를 죽였다는 잔혹한 풍습이지."

제물왕.

재왕을 피하기 위한, 의식.

"......그럼, 스승님이 하던 말은."

"단순한 대리인이 아니야. 마술적인 대역이다."

스승님이 단언했다.

 

(중략)

 

"당신은 저주를 피하기 위해서도 이스칸다르는 이런 모습이라고 거짓 정보를 계속 흘렸을테지. 아니 실제로 이스칸다르의 대리자로서 행동한 적도 있었을거야. 그래서 후세에 전해지는 이스칸다르의 모습에는 당신의 모습이 많이 섞였어."

흑발.

헤테로크로미아.

남자 치고는 작은 덩치.

그것들이 전부 당시의 정보 공작에 의한 것이라면?

이스칸다르가 수많은 전장에 데리고 다닌 것도 당연. 원정에서 이집트의 옛 마술에 저항할 때, 또는 인도에서 맥맥이 전승되던 요술에 맞설 때, 그녀야말로 정복 왕을 수호하는 비장의 수였다.

그리고 비장의 수인 까닭에 그 정체가 은폐되었다.

페이커가 죽을 때까지. 아니 죽은 뒤에도 지켜온 비밀을. 지금이 순간 스승님이 폭로한다. 절개라고해도 무방할 것이다. 잔혹하기까지 한 말이 있기에 가까스로이 영령의 맹공에 버틸 수있는 거라고 나 또한 깨달았다.

".....해체로군요."

지켜 보던 하트리스가 불현듯 중얼거렸다.

스승님의 말이 신비를 해체한다. 그 현장을 관찰하고 하트리스는 이름지었다. 스승님의 본질은 해체자라고.

좌악, 페이커가 크게 물러 섰다. 따라붙고자 했지만, 그녀가 읊은 것은 주문이 아니고.

"정정해두지."

음울한 목소리로 여자 영령 쪽에서 말을 꺼냈다.

"인상뿐이라면 옛날에는 정말로 닮았었어. 내가 그 녀석으로 위장할만큼은. 대리자를 맡게 된 건 그 연장선상이지. ......다리우스의 어미에게 오해를 산 건 오빠 쪽이었지만."

송곳니와도 비슷하게 하얀 이를 드러내고 페이커가 말했다.

눈에는 강한 미움이 담겨 있었다. 살의도 적의도 아닌 혼 탁한 눈은 모든 빛을 삼키는 검은 구슬과 헷갈렸다.

"아아, 이미 의미가 없는 일이지, 그렇게나 듣고 싶으면 들려주마. 애당초 내게 이름은 없었어."

그렇게 고백했다.

"......이름이, 없어?"

"왕의 대역으로 만들어진 내게는 고유한 이름이 없었다. 왜냐하면 고유한 이름이 없으면 완전한 왕의 대역이 될 수 있기 때문이지. 이스칸다르라는 왕을 노리는 온갖 저주에 대해 완전무결한 방패가 될 수 있기 때문이지. 하하하, 올림피아스는 오빠를 장군으로 키워내는 한편으로, 어린 내게 약물을 써서까지 쓸데없는 자아가 생기는 걸 막았었다고."

마술에서 사적인 정보가 알려지는 건 금기라고한다. 어느 종류의 마술 계통에서 이름이 알려지는 것만으로도 저주의 정밀도가 몇십 배나 뛰어오른다고 할 정도도로.

그렇다면 이름을 붙이지 않으면 그만. 필요할 때만, 이스칸다르라는 이름을 대여하는 존재이면 그만.

등줄기가 오싹 오싹 떨렸다. 공포와 비슷하면서도 약간 다른 무언가. 어쩌면 훨씬 옛날에 죽은 아서 왕이면 족하다고 소원의 대상이 된 나와도 가까운 무언가.

"그 왕은 그래도 여러 번 내게 이름을 내리려고했지만 그때마다 나는 굳게 거절했지. 왕 외의 이름이 필요할 때는 오빠인 헤파이스티온의 이름을 빌렸어. 그 뿐인 거지. 그뿐인 거라고 마술사(메이거스)."

 

 

사건부 5권

 

수정했음 예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