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타입문 백과

정보투고판


정보투고판입니다. 타입문 설정 관련으로 여기 빠진 게 있으면 투고해 주세요.
어디에서 뭐가 어떻게 나왔다...... 정도로도 만족합니다만 가능하면 번역, 원문 등을 지참하고 와 주시면 감사하겄슴다......
투고글을 올리면 20포인트가 지급됩니다.

멜빈 돈

2019.09.01 22:38

마그누스 조회 수:12

"2억."

이베트의 목소리로 새 단계에 올라 섰다. 역시나 술렁임이 일었다. 지켜보던 사역마들 사이에 확실하게 동요한 기척이 넘나 들었다. 그들로부터 다시 외부로 이 정보가 흘러가는 것이리라. 파문은 마술의 세계를 어느 정도로 뒤흔들는지.

"어려운 국면이군."

스승님이 속삭이듯 말했다.

"그야말로, 이게 초대객을 가리지 않는 시계탑의 경매고, 죽기 전의 트리샤가 말하던 「무지개」의 위계ㅡㅡ 직사의 마안씩이나 되면 수십 배의 값이 달려도 이상하지 않아. 논리도 인과도 뛰어넘어서 죽음이라는 결과를 부여하는 마안이 있으면 그건 누구나 달러들겠지. 하지만 이번 포영의 마안은 그 점에서 결정적이지 않아, 「보석」의 마안은 로드라면 몇 명쯤 가까스로 지니고 있을까 말까 할 수준의 희소성이지만, 과거를 현재로 떠오르게 한다는 특성 자체는 마술사에 따라 평가가 갈릴 부분이겠지. 그래서,이 경매는 희소성 자체에 어디까지 값을 매길까 하는 이야기가 돼."

'......아아.'

왠지 모르게, 알겠다.

가격이란 결코 절대적인 것이 아니다. 특히 신비는 더 그렇다. 그 가치와 의미를 아는 마술사 자체가 적으니까, 부득이 극단적인 요동이 일어나고 만다.

"레일 체펠린에서 매긴 값은 어찌보면 저렴하다고해도 될 정도야. 여하튼 본래 마안은 가격을 매길만한 게 아니니까. 그래도 초대객을 한정한 이상, 이 언저리에서 한계가 오겠지."

말마따나 움직임이 있었다.

분하게 입술을 깨물고 올가마리가 패들을 내린 것이다.

아니, 그녀만이 아니라 멜빈도 패들을 내리고 있었다. 마침내 끝나버린 것인가.

 

 

(중략)

 

 

"ㅡㅡ어떻게 된거야. 웨이버."

이번만은 진지한 목소리로 멜빈이 입을 열었다.

독실이었다. 판데모리움을 일단 물러나 스승님용 방에 돌아오자마자 청년이 여태없이 강하게 스승님을 힐문했다.

"지금의 엘멜로이가 그런 돈을 준비할 수 있을 리 없잖아! 아니 그보다 웨이버의 빚도 전혀 정리 못했을 텐데! 레일 체펠린의 경매가 부도를 용납 해줄 것 같아?"

"물론, 준비야 못하지."

끄덕이고 스승님은 가볍게 눈을 좁혔다.

"하지만 너, 거기서 손을 뗄 셈이었잖아."

"뭐 그렇지. 자못 돈이 남아도는 생활이지만 어차피 본가의 자투리 돈이야. 더 이상은 경비가 모자라. 그 이상은 못 동원해."

호들갑스럽게 청년은 두 손을 들었다.

 

(중략)

 

"있지, 웨이버."

오히려 자상한 목소리로 불렀다.

"한 번 더 묻겠어. 이게 재미있어진다고 너는 약속할 수 있어? 내게 보증할 수 있어? 친구의 파멸을 내기에 걸어도 부끄럽지 않을 정도의 한 장면이라고 단언할 수 있을까?"

청년의 눈은 곧게 스승님을 꿰뚫고 있었다. 어쩌면 제4차 성배전쟁 직전, 젊은 시절의 스승님이 극동으로 갈 여비를 요청했을 때에도 비슷하게 바라봤을지도 모른다. 두 사람 사이에서 팽팽히 긴장한 분위기는 내게는 미루어 살필 수 없는 시간이 응집되어 있었다.

스승님이 살짝 끄덕였다.

"약속하지, 필시 네 취향일걸."

"좋았어. 그럼."

곧바로 멜빈이 휴대 단말기를 꺼냈다. 경매가 시작되기 전, 외부와의 통신은 확보해놨다고 말했듯이 간단히 상대와 연결되어 청년은 즉시 본론을 꺼냈다.

 

"아, 저예요. 저, 전에 가지고 싶어하던 조율기 말인데, 아니 안 줘. 안 주지만, 담보 잡으면 당장 얼마 줄 수 있어? 3000만 달러? 아니 그건 아니지, 7000은 나가야지. 으음, 그럼 시간 없으니 절충해서 5000으로 타협하자. 그럼 그걸."

"여어, 나야. 우리 집을 좀 저당으로 내놓으려 하는데. 아니 엄마한텐 귀띔하지 말고 몰래 해줬으면 하거든. 당장에 얼마나 뺄 수 있어?"

"응, 멜빈이야. 으웨에에에에에에엑. 아니 미안, 늘하는 토혈이야. 그런데 전부터 신경 쓰던 예장을 몽땅 담보 잡으려고 하는데, 지금 당장에라면 얼마나 융자할 수 있을까."

쉴 새도 없이 연달아 세 건의 상대에게 융자를 결정하고 나서 청년은 슬쩍 끄덕이고 이쪽을 돌아 보았다.

"자. 추가로 1억 3000만. 일단은 싸울 수 있을까?"

버엉. 내 입은 떡 벌어져 있었다. 청년이 해치운 작업의 의미는 나도 이해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마치 잠깐 커피라도 쏘겠다는 수준으로 홀가분하게 죄다 양도했다고 좋든 싫든 이해하고 말았다.

그 말에 끄덕이고 나서 스승님은 나를 돌아 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