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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람 마술 (수정완료)

2019.06.30 17:27

마그누스 조회 수:11

"......교수님."

"플랫?"

"아마 저쪽이에요"

이름이 불린 소년이 언덕에서 보이는 숲 쪽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으음─. 이거 열명 이상 있는 거 아녜요? 아니 스물...... 어라, 서른 이상 있어?"

웬만한 분야 전부에서 뛰어난 성적을 남겼지만, 특히 마력 탐지에 관해서는 유달리 빼어난 재능을 지닌 소년이었다. 그렇기에 아무리 평소 태도가 엉망이어도 발언에는 확신하게 무게감이 있어서, 스승님은 미간에 더더욱 주름을 깊게 잡았다.

"그만한 수로, 이런 타이밍에 이젤마를 습격해?"

 

(중략)

 

누구나 애써 고심하던 순간이었다.

난데없이 석양에 그늘이 졌다.

구름이었다. 동쪽에서 흘러온 먹구름이 눈 깜빡할 새에 이젤마의 토지를 뒤덮은 것이다. 부자연스럽기 짝이 없는 속도와 규모에 우리가 숨을 집어삼키고 있으려니, 구름 끝 바로 머리 위까지 퍼져나갔다.

낮게 천둥이 울려퍼졌다.

"스승님!"

저도 모르게 나는 스승님을 껴안고 뛰어올랐다.

거의 동시에 강렬한 충격이 등 쪽에서 온몸을 후려졌다.

그건 숫제 폭격이었다. 마력이 얼마나 담겨 있었는지, 일격으로 대지를 뒤흔들어서 그 자리에 있는 전원이 굳어버렸다.

전류 대부분은 지하로 흘러갔지만, 그 여파만으로도 전원을 울리어 흔들기에 충분했다.

"큭, 그레이 땅!"

"......그레이."

"괜찮아...요."

살짝 끄덕였다.

유난히 허둥대는 스빈이 스승님의 분부를 지켜 딱 5미터 건너편에서 우왕좌왕하는 모습이 약간 우스웠다.

"방금, 그 번개는──!"

"......아무래도 정중하게 인사를 보낸 모양이야."

스승님이 나지막하게 속삭였다.

번개가 친 다음의 (아마 이온화라고 하던가) 수상쩍은 냄새 속에서 스승님은 혀를 차고 하늘을 쳐다보았다.

"해질녘을 노린 기후 마술이라니, 진부한 정석대로 해먹는군. ......목적은, 토지의 수호를 이젤마로부터 벗겨내는 것쯤 되려나."

토지에 상처가 나면 자연히 평소와 같은 마력은 작용하기 어려워진다. 마술사가 토지를 관리한다면 거기에 방위 마술을 설치해두는 건 당연하며, 반대로 습격하는 쪽이 방위 마술을 무효화하는 행동부터 시작하는 것 또한 정석이라고 했다.

이번 습격자들은 규모야 화려해도 수단으로 따지면 견실하다는 뜻이리라.

 

(중략)

 

"......그래. 나쁘지 않군."

갈색 청년, 아트람은 본인이 지시한 폭격의 자취를 잔혹한 미소와 함께 바라보고 있었다.

인근에 있는 고지였다.

몇 킬로미터 정도 떨어진 산 중턱이긴 해도 이젤마의 땅을 내려다볼 수 있는 형세였다. 아트람은 그쪽에 건설된 호텔의 로비에서 오래되고 우아한 오페라 글라스를 쓰고 있었다.

청년은 근처에 앉아있는 피부를 휜히 드러낸 시녀를 끌어안고 속삭였다.

"어때? 자신의 연적째로 성을 불 태웠다는 마녀의 불에도 필적한다고 자부한다만."

옛날, 메데이아라고 불린 영령이 이룩한 몰살의 술식에 빗대며 청년은 자기 업적을 뽐냈다.

물론 거기에는 까마득히 못 미친다.

서기 이전. 인간이 훨씬 마술과 가깝던 시대의 마술은 고작 1소절(원 카운트)의 술식으로도 현대의 폭격기에 필적했다. 현대의 마술사는 아무리 연마하고 의식을 거듭해봤자 그 발밑에나 미칠 수 있을지 모를 일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쳐도 이 술식은 훌륭하다고 하지 않을 수 없었다.

기후에 작용하는 마술이란 극히 대규모지만 결코 드문 것이 아니다. 오히려 세계 거의 모든 지역에 기우제나 그에 준하는 의식이 있을 정도다. 단, 현실은 마술사라도 성공 사례는 적고, 많은 신비가 쇠퇴한 현대는 더 말할 나위도 없는 법.

이번 경우에는 애당초 기후가 변하기 쉬운 호수 지방에 뇌운이 발생하기 쉬운 상황이 갖춰진 순간 뒤만 떠밀었을 뿐이지만, 상찬할만한 결과이긴 했다.

일족에 속한 수십 명의 마술사가 지금도 이 마술 때문에 의식을 올리고있다.

낮과 밤 사이라는, 방어에 설치된 마술 대다수가 약해지는 시간도 이 급습에 박차를 가하였다.

 

(중략)

 

천둥보다 살짝 뒤늦게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마치 땅바닥을 후려치는 것 같은 묵직한 빗발이었다.

물론 빗발에 맞는 습격자들은 오히려 히죽거리는 웃음을 입술에 그렸다. 그들은 이 날씨가 자신들의 원호라고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든든한 후방 지원은 마술사인 그들을 독려하며 지금도 이젤마의 가호를 벗겨내고 있었다.

한 사람이, 고개를 들었다. 앞쪽 트인 공간에 지팡이를 짚은 한 신사가 서 있었다.

"......바이런 경."

"대단한 노릇이야. 기후를 우군으로 만들었군. 본래 날씨가 변하기 쉬운 지방이지만 이토록 선선히 해낸 상대는 없었네."

신사는 습격자의 역량을 바르게 평가했다. 현대의 마술사에게 이만한 마술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또는 난관이긴 해도 충분히 가능한 일인지를, 분별하고있다.

마술전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서로 특기인 술식을 간파하는 것이다. 기본에 충실하게, 굳건한 역사와 함께 바이런 경은 바른 길에 머물러 있었다.

 

 

 

 

 

 

------------

 

 

 

슈트 안쪽에서 작은 물건을 꺼냈다. 손바닥 위에 오른 것은 작은 항아리 같은 물체였다.

"원시전지......라고 말하면 알아들을까?"

세계에서 가장 오랜 전지는 중동의 교외 후주트 라부아(Khujut Rabuah) 유적에서 발견되었다.

아마 전지 구조를 알고서 만든 게 아니라, 몇 가지 우연을 거쳐 도금용 기구로 개발되었으리라고 여겨진다. 그러나 동일한 구조는 마술 쪽으로도 장구하게 전해졌으며 과학과는 전혀 다른 도정을 거쳐 발전했다.

그러한 일족 중 하나가 몰락할 때, 갈리아스타가 돈으로 역사째로 사들인 것이다.

애초에 광석 및 대가의 마술을 연마했다는 사실도 원시전지라는 형식에 형편이 좋았던 것이리라. 아니나 다를까 그들은 전력에 자신의 마력을 싣는데 성공했다.

고대부터 많은 지역에서 신의 위세나 신의 울음소리라고도 숭경 받아온 「힘」을 제어함으로써 갈리아스타 일족은 번영을 누려왔다.

물론, 기후에 작용한 술식도 이런 기술을 응용한 것이다.

 

"설쳐라(거시 아웃)."

 

그 한마디와 함께 전격이 거대한 손으로 변했다.

소년에게로 엄습한 속도는, 그야말로 뇌속. 공기저항을 물어뜯으며 눈 깜빡이는 속도보다 빠르게 소년의 오체에 떨어졌다.

환랑의 포효가 그에 응수했다. 양쪽 다 마력이 담긴 술식이었다. 벼락과 음파── 형태는 다를지언정 신비로서 발현된 이상 대원칙에는 거스르지 못한다. 요컨데, 더 강한 신비가 상대를 압도한다. 충돌한 벼락과 포효는 양자 중간에서 보이지 않는 불똥을 뛰기며 빗발을 튕겨내는 도가니로 변해 뒤섞이다가 마침내 결렬했다.

이번 결과는, 반반이었는가. 위력뿐이라면 아트람의 번개가 우세하다. 그러나 분진이 비바람에 씻겨나간 뒤, 환랑으로 탈바꿈한 스빈이 기세등등하게 으르렁대고 있었다.

"대단한데 그래."

그 이빨 사이에서 목소리가 새어 나왔다.

"마술로서는 이류. 하지만 마술사의 전투로서는 확실히 일류군."

"호오. 이류라니 잘도 짖는군, 애송아."

아트람의 입가가 잔혹하게 일그러졌다. 살의가 섞인 음성에 한 발짝도 물러서지 않으며 환랑 소년은 재차 말했다.

"본인도 아는 거 아닌가? 선생님이라면 단박에 간파하실 걸. 네 마술은 확실히 잘 다듬어졌어. 사람을 상처 입히기 위한, 누군가와 싸우기 위한 마술로선 충분하고도 남는 완성품이라고 해도 돼. ──하지만 그건 마술사의 본질이 아니닐텐데."

스빈이 가볍게 콧방귀를 뀌었다.

"왜냐면, 그래선...... 마술사가 아니라, 마.술.쟁.이.라고."

"............큭!"

그 말이, 얼마나 큰 매도가 되어 아트람의 존엄을 훼손했을까.

눈을 부라린 아트 람은 분노를 뿜어내고 있었다. 앞선 것의 몇 배나 되는 양의 마력을 정제해 마술각인도 구동시키면서 원시 전지의 술식에 때려넣었다. 갈리아 스타 일족이 사들인 술식은 그 마력들을 가장 효율적으로 번개로 변환했다.

숫제 용이었다.

크게 턱을 벌린 마물을, 그 자리의 누구나 환시했다.

이번에야말로 도망칠 곳도 안주고, 번개의 용이 스빈을 집어삼키는 순간──.

스빈의 몸이, 사라졌다.

인간의 동체 시력을 크게 웃도는 속도로 배후로 도약했다고, 누가 알 수 있으랴. 주위의 마술사들이 크게 신음했다. 나무들의 줄기를 핀볼처럼 박차며 스빈의 손톱은 유성처럼 아트람의 머리 위로 내리꽂혔다.

 

(중략)

 

스빈의 눈은 아트람의 입술만이 히죽 일그러진 것을 인식했다.

동시에 그 코가 지각했다.

'──삼각에, 코를 찌르는 노란색.'

인식은, 그대로 상대의 마술을 소상하게 드러낸다.

공중에서 빗방울이 쉬익 증발했다. 아트람의 머리 위에는 보이지 않는 전격의 그물이 쳐있었다.

마술쟁이라고 불렸을 때 내비친 격분조차 미숙한 자신을 몰아넣기 위한 함정이었다고, 전율과 함께 스빈은 깨우쳤다.

......만약 개인적인 마술사로서 순수한 역량을 묻는다면 특별한 건 없다고 대답할 것이다. 원시 전지의 위력이야 그럭저럭 되지만, 엘멜로이 교실의 졸업생이라면 누구든 술식을 더 세련되게 다듬었을 터다.

그러나 마술에만 의존하지 않는 전투 스킬에서 이 남자는 자신보다 훨씬 윗줄에 있었다.

"──큭!"

창졸간에 환체의 뒷발을 뻗어서 근처 나뭇가지에 걸쳤다.

희미하게 스친 손톱만으로 공중에서 자세를 바꾸었다. 온몸이 전격의 그물에 포박되는 것을 피하고 아트람을 찢어 발기기 위한 일격에 마력을 돌린다.

얄팍한 전격으로 방어하겠다면 그것째로 찢으라며 포효한다. 그저 전력으로, 환체의 손톱을 휘둘렀다.

 

그때였다.

어마어마한 충격이 옆에서 온몸을 때렸다. 환체의 절반이 뜯겨나가면서 스빈이 가까스로 착지해 자세를 회복했다.

아트람의 공격이 아니다. 그 증거로, 원시 전지가 만든 전격그물 또한 뿔뿔이 흩어져 경악과 함께 갈색 피부의 청년이 돌아보았던 것이다..

'......방금 그, 건?!'

스빈이 코를 실룩였다.

비바람으로 옅어지기는 했으나, 숲 한복판에 빛바랜 붉은색이 떠올라 있었다.

 

 

마지막은 토우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