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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시전지와 파나케아 보충

2019.08.27 16:46

마그누스 조회 수:8

"그보다 한 가지 궁금한데...... 저건 뭔 일이지? 우리 오라버니."

"응? 지난달 맞이한 자제네만, 카울레스 포르베지라는."

라이네스가 가리킨ㅡㅡ 풍채가 별달리 돋보이지 않는, 안경 쓴 소년에게로 시선을 옮겼다.

하긴 거의 문제아뿐인 엘멜로이 교실에선 그런 풍모가 도리어 두드러지기도 했다.

뭔가 도기 항아리를 만지작거리며 이것저것 시행착오 중이었다. 별로 솜씨 좋아 보이진 않지만, 좌우지간 진지하게 몰두하고있는 건 확실했다. 사람에 따라선 그런 태도와 옆모습이야말로 호감상이라고 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게 아니야."

라이네스는 딱 부러지게 부정했다.

하얀 손가락이 스윽 미미하게 움직였다.

"왜, 그 자제라는 치가 그 아트람이 쓰던 원시전지를 들고 있는 거냐고 묻는 거다만?"

"아......"

무심결에 나 또한 눈이 휘둥그레졌다.

잘 지켜보니 카울레스가 만지고있는 도기 항아리는 쌍모탑 이젤마의 사건에서 싸웠던 마술사ㅡㅡ 아트람 갈리아스타가 쓰던 원시전지와 흡사하지 않은가.

"왜고 자시고."

스승님이 고개를 내저었다.

"플랫 녀석이 이전 사건 때 술식을 해석했더군. 내친김에 시계탑에 문의해봤더니 특허를 딴 흔적은 없기에 내 쪽에서 이론화 해놨지. 그래서 우연히 궁합이 좋겠다 싶은 학생이 있기에 시험 삼아 가르쳐봤네. 보게. 이상할 게 하나도 없잖아?"

"어디가!"

소리 죽인 라이네스의 호통은 아무리 나라도 이해가 갔다.

마술사에게 마술의 비의란 자기 자신의 생명과도 필적하는 것이다. 특허를 따지 않은 건 그 기술이 대단할 것 없어서가 아니고, 특허로 내놓으면 마술사 사이에 전파되기 때문이었다. 요컨대 다소의 이권은 문제 삼지도 않을만큼 비밀유지 그 자체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스승님이 거의 모든 마술사에게 환영받지 못하는 이유를 새상 깨달았다.

확실히 스승님은 마술사로서는 별 볼 일 없다.

어쩌다 플랫이 술식을 해석한다는 우연이 없었으면 혼자서 모방하기는 불가능했을 것이다. 애초에 그런 발상부터 생기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몇 가지 조건을 돌파하면, 갑자기 이 스승님은 아예 모독적일 수준의 성과를 거둔다.

마술의 복제라는 것은...... 어떻게 보아 마술의 파괴와 진배없다.

(중략)

"알단, 나도 신경 써서 널리지 외에선 안 다루고 있네."

"다뤄서 배겨나겟냐!"

두 번째 호통에는 진솔한 어감이 담겨 있었다.

평소와 입장이 반대인 만큼 소녀는 더욱 절실하게 말을 이었다.

"......언젠가 등에 칼 꽃혀도 난 모른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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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와줬다. 카울레스."

"당황했었다고요. 왠지 아까부터 번개에 마력을 느껴서 상황을 보러 와봤더니 선생님이 괴물 같은 전차랑 마주 보고 있었으니까요."

"아."

그 말에 깨달았다.

원시전지의 마술 수련 때문에 카울레스는 전기의 흐름에 민감해진 것이다. 설마 이런 결과로 이어질 줄은 스승님 역시 꿈도 꾸지 않았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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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울레스 : 머리, 자르셨어요?

로드 엘멜로이 : 머리카락에 축적한 마력으로 제어술식을 증폭시켜 뇌명을 대지로 흘려보냈다.

로드 엘멜로이 : 머리카락은... 벼락의 화신인 뱀을 상징하니 말이야.

↑애니판에서 페이커의 번개 견딘 원리는 조금 다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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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래라면 열차 스태프에게 의료용품을 받을 상황이겠지만 스승님에게 입막음 당한 지금으로선 손을 뻗을 수가 없었다.

"카울레스 씨."

"알아요. 제 치유마술 따위야 기껏해야 뻔하지만요."

곧장 소년에게 배턴 터치했다.

등이 침대에 닿지 않게끔 옆으로 눕힌다.

카울레스가 근처에 도기 항아리를 두고 손을 드리우자 옅은 번갯불이 번졌다.

"그건......."

"원시전지의 응용이죠. 선생님과 함께 연구하던 중인데."

카울레스가 입술을 깨물었다.

"생체 전류를 조정해서 선생님 자신의 치유능력을 높여 가능한 한 오드에도 활력을 주고 있어요. 하지만 이것만으론 얼마나 보탬이 될지. 강대한 마술각인이라도 있으면 얘기가 확 달라지지만요."

특히 오랜 마술각인과 일류 마술사의 조합이 되면 설령 치명상을 입어도 그 주인을 억지로라도 살린다고 한다. 안타깝지만 스승님이 그 중 어느 것도 지니지 못한 건 명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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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응."

수긍했는지 못 했는지, 올가마리는 떨어졌다.

잠시 있다가 방에 놔두었던 가방에서 뭔가를 꺼내왔다.

"그럼 이거라도 써보지 그래?"

소녀가 작고 아름다운 병을 내밀었다. 고아한 의장을 보지 않아도 그 내부에 뭔가 오래된 마력이 깃들어 있음을 느껴졌다.

"이......건?"

"드루이드의 영약이야. 만약을 위해서라며 트리샤가 건넨 건데, 나는 쓸 도리 없었으니까. 아무리 그래도 머리가 돋아날 것 같진 않잖아. 대체로 만능이라나 보니까 적당히 발라두면 되는 거 아니니?"

참으로 쉽게 꺼낸 소녀의 말에 카울레스가 뒤돌아 보았다.

"드루이드의 영약?! 그거, 요컨대 「플리니우스」에 실렸던 순정 파나케아?!"

"알겠지? 이걸로 아니무스피어가 엘멜로이에 진 빚은 없는 거야.이 사람이 안 죽고 넘어가면 잘 일러두도록 해."

작은 병을 떠넘기며 소녀는 발길을 돌렸다.

한 번 하품을 뱉은 뒤.

"그럼, 잘 자."

올가마리는 손을 흔들고 침대 하나에 누웠다. 잠시 지나도 잠자는 숨소리가 들리지는 않았지만 나는 떠맡은 병만으로도 한계 빠듯한 심정이었다. 쭈뼛쭈뻣 약을 손바닥에 꺼내고 스승님의 등에 발랐다. 하는 김에 근처 시트를 찢고 물에 끓여 소독한 뒤 감았다.

얼마나 보탬이 되었는지는 모른다.

하지만 시간이 더 지나자 호흡만은 안정된 것 같았다.

"카울레스 씨......"

"......모르겠어. 하지만 내 마술은 잘 듣게 된 것 같아."

소년의 옆 얼굴도 서서히 파랗게 질려가고 있었다.

줄곧 마술을 행사하는 까닭에 단지 집중력만이 아니라 체력도 축나고 있는 것이다. 그것이 어떤 고통인지는 몰라도 심상찮은 대가를 요구받는 것만은 이해되었다.

 

----

 

"아직, 선생님은 안 깨셨어."

카울레스가 힘없이 웃었다.

이쪽은 나보다 일찍 일어났기 때문인지 졸린 눈을 비비고 있었다.

"하지만 고비는 넘었나봐. 역시 드루이드의 비약은 대단한걸. 여하튼 치료 마술도 일단 종료. 중태임은 확실하니 아직 깨울 수 없지만. "

"......가, 감사합니다!"

저도 모르게 고개를 조아리고 말았다.

훌쩍 여윈 소년의 얼굴이 천사로 보였다.

뒤이어.

"좋은 아침이야."

올가마리도 침대에서 기지개를 켜고 상반신을 일으켰다. 스승님 쪽을 흘굿 보며 "아무래도 죽다 말았나 보네." 하고 시치미 떼더니, 가볍게 머리카락을 정리한 다음 카울레스 쪽에 눈길을 보냈다.

"영약 정도론 방법이 없을테고 여기선 시술할 도리가 없을 줄 알았는데, 너 의외로 실력 쓸만한걸. 뭐야? 치료마술이 특기 분야였어?"

"특기랄 건 아녜요. 전기 마술은 선생님께 몇 주 전에 막 배운 차고요."

"하, 몇 주?"

이상한 목소리가 소녀의 입에서 흘러나왔다.

"뭐야, 겉보기와 다르게 무슨 천재셔?"

"아니, 저기, 정말로 전의 마술은 몇 년씩 해봐도 이렇게까지 손에 익질 않았거든요. 강령계하고 이것저것 해봤었는데, 전혀 손맛이 없어서."

"하앙, 엘멜로이 교실 소문은 들었지만......"

눈이 가늘이지며 올가마리가 마뜩잖은 표정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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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는 "아-아."하고 천장에다 한숨을 뱉은 뒤에 한 가지 더 물었다.

"그런데 어딜 보고 눈치챘죠? 진짜 카울레스 포르베지를 거의 완벽하게 모방Trace했다고 생각했는데요."

"훌륭한 모방이더군. 아마 강령술의 응용이겠지. 빙의 경험의 생생함에 혀를 내둘렀고말고. 내가 인식한 범위로는, 거의 일언일구 다를 바 없이 진짜 카울레스 포르베지도 같은 말을 하고 같은 행동을 했겠지. ......단, 한 가지를 제외하고."

휠체어에 앉은 스승님은 검지를 들고 가볍게 자신의 가슴을 눌렀다.

"내 치료다."

"음, 현재의 카울레스 포르베지의 기술에 맞췄다는 자신은 있었는데."

불만스럽게 입술을 삐죽인 소년의 항의에 스승님은 평소의 강의처럼 끄덕였다.

"원시전지에 관해서는 완벽했어. 내 지도의 버릇까지도 염두에 둔 시술이더군. 하지만 카울레스는 아직 약초술에 관한 경험이 부족해. 비약 파나케아라고는 해도 원래는 식물이야. 전기를 대면 변질하지. 하지만 저 친구의 기량으로 보자면 좀 지나친 수준으로 파나케아와 원시전지 쌍방을 활용했어."

"......아이고."

소년이 과장스럽게 몸을 뒤로 젖혔다.

"아니 아무래도 그건 초조했었거든요. 여기서 선생님이 돌아가실 예정은 없었어요. 그 서번트가 그렇게까지 할 줄은 몰랐죠. 일파의 로드가 사라져서야 아무래도 앞으로 지나치게 지장이 생기죠. 뭐 카울레스의 기술이라도 8할쯤은 살았겠지만 2할은 무시하기엔 너무 큰 확률이잖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