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타입문 백과

정보투고판


정보투고판입니다. 타입문 설정 관련으로 여기 빠진 게 있으면 투고해 주세요.
어디에서 뭐가 어떻게 나왔다...... 정도로도 만족합니다만 가능하면 번역, 원문 등을 지참하고 와 주시면 감사하겄슴다......
투고글을 올리면 20포인트가 지급됩니다.

이베트 L. 레이먼

2019.08.27 20:00

마그누스 조회 수:9

"어라라! 라이네스잖니!"

'......어?'

한순간 물음표가 머리를 스쳤다.

지금껏 알기로는 라이네스를 편하게 부르는 학생은 플랫 뿐이었다. 그런데 그 목소리는 여성의 것이었다.

뒤돌아보자 너무나 화려한 별 모양 안대가 눈에 들어왔다.

나이는 열 여섯 남짓. 염색한 걸로 보이는 분홍빛 머리에, 복장은 이게 바로 롤리타라는 것일까 싶었다. 주름 장식이 듬뿍 달린 새하얀 드레스를 걸친 모습은 마술사라기보다 무슨 아이돌처럼 눈에 띄었다.

"오오, 소문 자자한 입실 제자도! 처음 만났네!"

안대 소녀는 명랑하게 내 손을 잡았다.

압도적인 기세에 눌려서 무턱대고 고개를 휙휙 흔들었다.

"......누, 누구…세요?"

"음후후후! 묻는 말에 대답하는 것도 주제넘지만, 요새 유행하는 마안 여자! 엘멜로이 교실에 핀 한 떨기 꽃, 이베트 L. 레이먼이 바로 저랍니다!"

척 하고 안대 옆으로 가로 눕힌 피스 사인을 선보인다.

"원래 광석과(키슈아)지만 이번에 겨우 신청을 인정받아서 엘멜로이 교실에도 다니게 되었죠! 잘 부탁해요!"

"네...... 넷. 그레이......예요. 잘 부탁합니다."

"호오. 분위기랑 딱 맞는 성함! 입실 제자가 있다고는 들었지만, 어쩜 선생님도, 라이네스도 그렇지 나도 그렇지 이 애도 그렇지, 여간 하렘 전개가 아니잖아요! 이거 시계탑에서 안기고 싶은 남자 넘버 1의 자리도 거든하겠네요! 아, 참고로 현재는 동률 4위예요!"

"......누구냐. 그런 앙케트 돌리는 건."

더더욱 주름이 깊어진 스승님이 으르렁대듯 중얼거렸다.

"이크크, 그건 여자들 비밀이죠. 비록 선생님이라도 함부로 밝힐 순 없어요! 아, 담에 개인적인 불장난 레슨에 어울려주시면 꼭 그렇지만도 않은데 어떠신지."

"미안하지만 다음 강의 준비가 있어. 라이네스도 애기는 나중에 듣지. ㅡㅡ그레이, 가자,"

발길을 돌린 스승님이 괜 걸음으로 복도를 나아 갔다.

남은 이베트와 라이네스에게 목례하고 나도 허겁지겁 그 뒤를 쫓아갔다.

 

(중략)

 

"파워풀한 사람이던데요."

조금 전의 이베트를 떠올리고 미소지었다.

플랫과는 또 다른 의미로 너무나 개성적이라 압도당했다. 물론 엘멜로이 교실은 괴짜들 뿐이지만 그 사람이라면 제법 상위에 올라서지 않을까 싶다.

이 말에 스승님은 작게 콧방귀를 뀌고 이렇게 대꾸했다.

"그야 파워풀하겠지. 어쨌든 초면에 자기소개 할 때 멜루아스테아의 스파이니까 잘 부탁드리겠다고 밝게 말할 정도니."

"흡ㅡㅡ!"

충격에 숨이 턱 막혔다.

시계탑에 몇 군데 파벌이 있는 건 들었다. 바로토멜로이가 이끄는 귀족주의와 트란벨리오가 이끄는 민주주의, 그리고 중립주의의 필두로서 그 대명사가 된 것이 멜루아스데아 파가 아니었던가.

"어, 스파이라니, 그럼."

"그래, 요컨대 견제지. 우리쪽에 감출만한 정보는 없지만 상대방도 명목상 포즈를 취할 의미는 있어. 그게 아니어도 멜루아스테아는 널리지와의 연줄을 만들어두고 싶은 모양이고."

 

----

 

"ㅡㅡ와와! 세상에 엘멜로이 2세 선생님도 계시다니 이 어쩜 감격!"

태평하게 롤리타 인상의 소녀가 손뼉을 친 것이었다.

단, 그 상대는 초면이 아니었다.

"짜잔ㅡ! 엘멜로이 교실 애첩 지망생 이베트 양이랍니다앙!"

"......이베트......"

이번에야말로 스승님은 못 버틴 것처럼 위장 언저리를 만졌다.

"자네도, 초대장을......"

"바로 그러합니다! 후후후, 아시다시피 레이먼 가문은 마안의 명문가니까요! 레일 체펠린의 경매에는 단골, 요거 밑줄 쫙이죠! 척!"

마지막 의성어까지 일부러 입으로 말하고 가로 눕힌 피스 사인으로 포즈를 잡았다.

 

----

 

"생각해 보면 이베트가 여기 단골인 건 당연한가."

스승님이 슈트만을 벽에 걸면서 속삭였다.

"사람의 안대도 역시 마안과 관계되어 있나요?"

"반은 맞고 반은 틀렸군. 애초에 그 안에는 생체 안구가 안 들었네"

스승님의 말에 나는 눈을 끔뻑이고 말았다.

어떻게 되물어야할지 모르던 내게 옆의 카울레스가 구원의 손길을 뻗 쳤다.

"이베트 씨는 보석을 마안 대신으로 삼고 있어요."

"보석을?"

그러고 보니 스승님도 제작이니 뭐니 그랬던 것 같다.

"마안의 복제는 대개 저위의 열화품밖에 만들 수 없지만, 보석 가공은 그 예외거든요. 이베트 씨 집안은 그런 가공용 마술이 특기로 내려오는 곳으로, 한정적이지만 노블 컬러마저 재현한다네요. 아마 더 정교하게 마안을 재현하기 위한 모델 때문에 레일 체펠린의 경매에 정기적으로 참가하는 것 아닐까요?"

"......아, 그렇구나."

그렇게 들으니 수긍도 간다.

마술사로서는 오히려 이식이 어쩌느니보다 정공법에 속하는 접근방식이 아닐까.

"뭐, 그런 거지. 생체 안구를 대가로 삼는 행위나 보석이어야 가능한 마술적 속성으로 복제의 한계를 극복한 거겠지. 물론 이물질을 몸에 박는 이상 거절반응은 있고 이베트가 견딜 수있는 것도 몇 대씩이나 결친 육세 개조가 있는 덕일 거다. 수로 따지자면 이 레일 체펠린에서 이식을 받은 마술사 이상의 희귀 사례인 건 틀림없을 테지."

카울레스의 설명을 스승님이 보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