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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성전 관련

2021.09.05 22:38

제보 조회 수:19

호흡조차 얼어붙는 극한 속에서.

그녀는 겨우 혼자서, 저 흡혈귀와 싸우고 있었다.

-100℃에 육박하는 극한.

이 혹성의 지표에서는 발생할 수 없는 초저온.

온갖 동식물의 생존을 허용치 않는 냉기 속에서, 두 개의 그림자가 충돌한다.

한쪽은 저주의 원천, 블로브 아르헨게리.

한쪽은 고문구[아머]로 몸을 감싼, 소녀의 모습을 한 대행자.

눈보라에 닫힌 시야.

빙하에 의해 물결치는 발판.

호흡조차 죽음으로 직결되는 극한 상태에서, 얼음탄과 탄환이 맞부딪친다.

양자의 싸움이 시작하고부터 60분.

그 전투 시간 자체가, 이미 하나의 기적이었다.

7.62mm의 불꽃을 흩뜨리는 투석기.

전장에 있어서 과잉 화력이라고 말해지는 대구경의 탄환이 흡혈귀에 쏘아진다.

8mm, 9mm로 대표되는, 병사를 부상시켜 전투불능으로 만들기 위한 폭력이 아니다.

이건 살점과 철을 날려 버러기 위해서 조정된, 흡혈귀 살해용 근대병기.

이름은 『소사(焼死)[블레이즈]』.

일곱 개의 사인(死因)을 지닌 성전으로부터 나뉘어진, 대행자 시엘의 전용 예장.

하지만. 통상....... 10년 클래스의 사도.......라면 남김없이 저민 고기로 만드는 총탄의 비도, 저 흡혈귀에게는 닿지 않는다.

총탄에는 저온을.

근대병기에는 혹성[자연]의 맹위를.

양자의 무장의 존재방식은, 실로 문명과 자연의 대립이다.

흡혈귀는 움직이지 않는다.

이 극한은 그의 망상이 불러일으킨 지옥이다.

『혈액이 없으면 동사한다』는 망상.

그것이야말로 블로브 아르헨게리를 불사신으로 만드는 저주이다.

추.위.에. 얽.매.인. 저주인 이상, 극한 상태의 블로브에게 자유롭게 발을 내딛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는 혈액이라는 따뜻함을 취할 때까지, 저렇게 지상을 더럽힐 뿐인 “독”인 것이다.

그렇다고는 해도 ---

그 저주는 하나의 도시를 뒤덮을 정도긴 하나, 이 정도까지의 저온 상태는 생성하지 않는다. 

이 상황은 대행자의 결단이 초래한 것.

직경 4킬로미터에 달하는 흡혈귀의 저주를 사방 40미터의 상자에 공간 채 압축하여, 봉인한 것으로 이루어진 결계다. 

어떤 의미에서, 이 결계는 대행자의 신체 그 자체로고도 할 수 있다.

소녀는 도시를 뒤덮는 한파를, 그 몸 하나로 받아내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였다.

소녀를 덮치는 저온은 –100℃로 끝나지 않을 것이다.

국지적인 저하는 그 이상은 없다고 여겨지는 –273℃에까지 도달한다.

통상적이라면 한 순간에 동결시키는 저주의 분류.

그것을 막아내는 것은 소녀의 육체에 딱 들러붙은, 납과 철로 짜여진 고문구다.

삐걱거려대는 철의 갑주.

흡혈귀의 오염이 물리법칙을 비틀어버리듯이, 이 갑주도 물리법칙의 바깥, 개념에 의해 짜여진 것이다. 

한때 철의 처녀[아이언 메이든]이라고 불렸던 관.

안에 넣어진 인간을 무수한 바늘로 꿰찌르는 죽음의 기계.

“결백을 증명하고 싶다면 이 안에 거둬들여져 보도록 해라.

 살아남는다면 마녀인 거다. 죽는다면 인간인 거다.”

그 글귀 아래, 수많은 목숨을 빼앗고, 공포의 대상으로 완성된 암흑시대의 산물이다.

“허나 탄식하지 말라. 결과는 모두 똑같은 것.

 마녀든 인간이든, 선택당해 버린다면, 죽을 때까지 자유가 되는 날은 오지 않을 테니까.”

이 관에 휩싸인 자는, 스스로의 죽음으로밖에는 자유가 될 수 없다.

그 파탄난 망상의 표적이 된 것이 최후, 산제물은 죽을 때까지 갇힌다.

저주받은 철의 드레스.

산제물을 고통스럽게 할 뿐인 개념무장.

하지만. 그 특성을, 그녀는 오히려 좋다고 여겨 이용했다.

“사용자가 죽을 때까지 떼어 내는 일은 불가능하다.”

그건 바꾸어 말하면,

“사용자가 죽을 때까지는 부서지지 않는다”

는 특성을 의미한다.

외부로부터의 폭력사는 없고, 내부에서의 쇠약사만이, 이 관[갑옷]을 파괴한다.

그건 극한이라고 해도 마찬가지.

이 수호 앞에서는 어떠한 열악한 환경이라고 해도 고개를 숙인다. 무엇보다, 그 내부보다 더한 모진 고문은 없으니까.

그렇기에, 그 이름은 고문구 순결증명[버진 페인].

쇠약사, 또는 고문사에 기인하는 예장.

사용자의 마력이 고갈되지 않는 한, 죽어서 마녀라고 증명되지 않는 한, 최저한의 생명활동을 보증하는 성녀의 순결[수호]---!

「“--- 굉장한 마력[오드] 소비다.

  불사신이라는 점에서라면 사도 이상이군, 여자”」

하얀 어둠 속에서 목소리가 울려퍼진다.

지상에 나타나고 나서부터 시종일관 무언이었던 흡혈귀는, 추위에 따른 초조함에서가 아니라, 

적대하는 여자의 강인함에 의해, 마침내 눈을 뜬 듯하다.

「“하지만, 그것에도 한도가 있다.

  설령, 네놈이 무한히 죽길 계속할 수 있다고 해도 ---

  싸움은, 상대를 죽이지 않으면 끝나지 않지”」

「윽.......!」

흡혈귀의 말대로, 방어뿐이라면 승리는 없다.

상대가 응축된 자연의 맹위라면, 인간의 몸인 그녀에게 승산은 없다.

전방위, 온갖 것이 그녀를 죽이는 흉기니까.

쇄도하는 얼음 창에 의해 전신이 강타당한다.

손에 든 총기가 튕겨져 날아간다.

움직이지 않는 적에게 쏴대기 위한 병기가, 묘비마냥 대지에 꽂힌다.

「“자 --- 유일한 무기를 떨어뜨렸구나, 대행자”」

그것이 결착점이라고 말하는 듯이.

「“서둘러 주우러 가도록 해라.

  그 등을, 내 창이 처부서주지”」

흡혈귀도 이해하고 있다. 대행자의 갑주가 특별제라는 것을.

파괴하려면 더욱 강한 개념, 저주가 필요하다는 것도.

극한의 저주는 그의 생리현상에 지나지 않는다.

그저 살아있는 것만으로 흩뿌리는 호흡과도 같은 것. 그런 걸로는 저 갑주는 부서지지 않을 것이다.

『부서지지 않는다』는 개념에 지켜지고 있다면, 이것과 정반대의 개념을 부딪쳐 상쇄할 따름.

이것도 하나의 인연.

흡혈귀의 손에는 부서지지 않는 건 없다고 성주로부터 하사받은, 기사의 한 자루가 쥐어진다.

블로브 역시 이미 부상을 입었다. 헛된 공격을 할 여력은 없다.

필살의 일격을 확실하게 가하기 위해서, 상대의 무기를 떨어뜨린 것이다.

「--- 잘도 지껄이는 군요. 움직이지 않는 허수아비 주제에」

하지만, 대행자는 튕겨져 나간 총기를 돌아보지 않았다.

확실히 저건 주무장이긴 하나, 떨어뜨렸다고 해서 문제는 없다.

오히려 언제 바꿀까, 타이밍을 재고 있었다.

극한이기 때문에, 기계화 부분이 많은 어썰트 라이플로는 언젠가 결함이 발생한다는 것도 숙지하고 있었다.

대행자로서도, 진짜 승부수는 이. 뒤.에. 불러낼 예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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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뒤에 꺼내는 게 그 겁나 큰 칼